허인철 전 이마트 대표가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지난 1월 돌연 사표를 제출한 이후 두문불출하다가 2개월여 만에 상근고문직 제안을 수락했다. 계열사 임원이 퇴임하면 곧장 상근고문직을 맡았지만 허 전 대표는 2개월 동안 장고 끝에 상근고문직 제안을 수락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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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철 전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이마트 상근고문직을 맡게 됐다. |
31일 이마트에 따르면 허인철 전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상근고문직을 맡아 자문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1월 경영이사회에 참석해 돌연 사표를 제출한 지 2개월여 만에 이마트로 되돌아 온 것이다. 허 전 대표의 사표는 회사 측의 만류 끝에 수리됐으며 허 전 대표의 후임자로 이갑수 영업총괄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신세계 계열사 대표들은 보직에서 물러나면 곧바로 상근고문직을 맡아 은퇴 준비를 하는 것이 통상 절차였다. 그러나 허 전 대표는 예외였다.
허 전 대표는 2개월 동안 회사 측의 상근고문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허 전 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거듭 상근고문을 마다했지만 최근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허 전 대표는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에 상근고문을 맡을 수 없다고 거듭 고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은 허 전 대표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 전 대표가 사표를 제출한 뒤 2개월 동안 그의 거취를 두고 업계에서 여러 얘기가 나왔다. 허 전 대표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등 숱한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를 1등 업체로 성장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허 전 대표가 이마트 상근고문직을 마다한 이유가 다른 업체로 적을 옮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허 전 대표가 유독 2개월 동안 상근고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보다 정용진 부회장과 불화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계속 나온다.
두 사람의 불화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부터였다. 허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해 불성실한 답변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SSM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거나 “내가 맡은 회사와 상관없다”라고 말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애초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던 정 부회장이 국감장으로 불려왔고 “이마트 대표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이후 연말 정기임원인사에 허 전 대표의 권한이 대폭 축소됐다. 이전까지 허 전 대표 단독 대표체제로 운영되던 이마트가 영업부분과 경영부분으로 나뉜 뒤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됐다. 허 전 대표가 영업부문을, 김해성 신임 대표가 경영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이 인사를 두고 허 전 대표에 대한 좌천인사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허 전 대표는 모친상을 당한 직후 사표를 제출했다. 따라서 허 전 사장이 퇴진을 결정하게 된 이유로 모친상으로 인한 심경의 변화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허 전 대표 모친상에 정 부회장이 불참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불화를 해소하지 못한 것도 허 전 대표가 사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허 전 대표의 사퇴 이유에 대해 “허 대표가 아무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사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 부회장과 불화설까지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라며 “정 부회장이 허 대표 모친상에 불참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허 전 대표는 이마트 상근고문으로 현직 경험을 살려 중요 경영 사안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상근고문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재직 당시 임금의 80% 정도를 급여로 받고 현직 임원과 동등한 수준의 비서와 차량을 제공받는다. 임기는 대표이사와 마찬가지로 3년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