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를 늘리려 하자 2대 주주인 쉰들러가 반대하고 나섰다.
현정은 회장과 쉰들러는 그동안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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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이자 세계승강기업계 2위인 쉰들러가 27일 열리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상정한 수권자본 확대 안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했다.
수권자본이란 주식회사가 최대한 발행할 수 있는 주식 수를 말한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할 수 있는 최대 주식 수는 2천만 주다. 이 가운데 1960만 주 정도를 이미 발행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주총에서 발행 가능한 주식을 2천만 주에서 6천만 주로 늘리려고 한다. 또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종류주식 등 다양한 증권의 발행도 가능하도록 바꾸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정은 회장이 유상증자를 통해 쉰들러의 지분을 더욱 낮추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현대상선의 적자를 메워주는 파생상품을 증권사들과 맺어 쉰들러가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이 과정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4년 동안 4번에 걸쳐 6천억 원의 유상증자를 했고 쉰들러는 이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지분이 계속 줄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에 주식을 늘린 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해외진출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쉰들러는 보고 있다.
쉰들러가 향후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지분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쉰들러는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해외진출도 탐탁치 않게 여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등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은 전혀 계획에 없다”며 “쉰들러가 말하는 내용은 악의적 가정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수권자본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에 해당한다. 특별결의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현정은 회장 일가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0% 정도를 보유하고 있고 우호지분을 합치면 40%정도 된다. 쉰들러는 21.4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총에서 맞붙을 경우 아슬아슬한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안건이 통과될지 부결될지 내부적으로 계산해보지 않았다”며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