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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구 남양유업 신임 대표이사 <뉴시스> |
남양유업의 수장이 바뀌었다. 김웅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30년 정통 남양맨 이원구 대표이사가 새로 수장이 됐다. 이 대표이사는 31일 취임하면서 ‘착한 경영’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남양유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원구 대표이사는 31일 남양유업 대표이사 취임식을 열고 착한 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방침을 내놓았다. 대리점에 제품을 밀어내는 횡포를 부려 궁지에 몰린 남양유업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기 위한 경영방침으로 보인다.
이 대표이사는 착한 경영의 3가지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능력과 겸양을 겸비한 고객 지향적 마인드를 갖춘 ‘착한 사람’, 국민건강을 생각하고 자연 친화적 고품질의 제품을 뜻하는 ‘정직한 제품’, 살아 숨쉬는 소통을 바탕으로 대리점 및 협력 업체 등과 상생하며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회사인 ‘열린 회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대표이사는 1956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청주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부터 30년 넘게 남양유업에 몸담아 온 ‘남양맨’이다. 2003년 총무부문장을 맡고 2005년 천안공장장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총무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2011년 경영지원본부장, 2013년 총괄수석본부장을 역임했다. 말단 사원에서 시작해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인 셈이다.
이 대표이사는 7년 연속 임단협 무교섭 타결을 이뤄내고 업계 최초로 대리점 자녀에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상생과 동반성장 부문에서 업적을 쌓아온 게 높은 점수를 받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주 자녀들에게 대학 학자금, 그리고 세 자녀 이상한 출산한 대리점주에게 지급한 출산장려금은 1억1700만 원에 이른다. 당시 국내 식품기업이 대리점주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학자금을 지원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대표이사는 취임식에서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소임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사명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 2020’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은 2020년까지 매출 3조 원 달성을 위해 커피사업과 수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2016년까지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을 50%로 올리고, 분유와 커피제품의 해외수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1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밀어내기 사태로 갑을 논란의 중심에 서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실적도 나빠져 지난해 남양유업은 1994년 실적 공시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175억5600만 원, 당기순손실은 455억3800만 원이었다.
또 매출액도 전년보다 9.9% 줄어든 1조2298억 원에 그쳤다. 시장점유율도 하락해 지난 1월 기준으로 남양유업의 분유 시장점유율은 44%에 머물렀다. 2012년 1월(51%)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그 반사이익은 경쟁사 매일유업이 봤다. 매일유업은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이 26%에서 32%로 6%포인트 상승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964년 3월 창립해 우리나라 첫 유아용 조제분유인 남양분유를 생산한 기업이다. 우유, 발효유, 치즈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성장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10년 1조285억 원에서 2012년 1조3650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지난해 갑을논란으로 매출이 10% 감소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영업직원의 욕설녹취록 공개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밀어내기식 판매를 하는 갑의 횡포가 그대로 드러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웅 전 대표이사는 1978년 입사해 2009년 대표 자리에 오른 뒤 5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밀어내기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1년6월에 사회봉사 160시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