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12-24 16: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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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BMW측이 그동안 차량 화재사고와 관련한 부품의 결함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고 축소했다는 국토교통부의 공식 발표가 나온 데다 사고 원인을 놓고도 일부 논란의 여지가 남았다.
▲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
24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주도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이 BMW 차량 화재사고 원인을 조사해 내놓은 최종 결과를 놓고 BMW코리아가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민관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을 맡고 있는 류도정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BMW 화재원인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BMW가 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늑장리콜을 실시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조사 과정에서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BMW코리아는 그동안 화재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인지한 직후부터 곧바로 리콜조치를 실시하게 됐다고 해명해왔는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독일의 BMW 본사가 이미 2015년 10월에 배기가스 재순환(EGR) 쿨러의 균열 문제를 발견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설계 변경 등 화재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정황이 발견됐다. 내부보고서에서 EGR쿨러 균열과 흡기다기관 천공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실도 확인됐다.
BMW측이 이미 내부적으로 결함 사실을 3년 전에 인지했지만 국내에서 화재사고가 논란이 되기 전까지 이를 보고하지 않다가 사고가 공론화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심수 민관합동조사단 단장은 BMW가 화재 원인을 고의적으로 숨겼다고 봐야 하냐는 질문에 “단정적으로 속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BMW 같은 기술력을 지닌 회사가 정확한 원인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부품을 설계할 때 제작사가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는 점에서 BMW가 이런 문제를 부품회사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국토교통부가 민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BMW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수사를 통해 BMW코리아의 신뢰도에 더 큰 타격을 줄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수 도 있다.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놓고도 세부 내용에서 BMW측의 해명과 민관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엇갈린 점도 BMW로서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민관 합동조사단은 EGR 쿨러의 균열에 따라 발생한 냉각수 누수를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BMW측이 그동안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를 줄곧 화재 원인이라고 주장했던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민관 합동조사단은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가 EGR밸브 열림 현상을 고착화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봤다.
BMW측이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가 EGR바이패스 밸브의 열림 현상과 연계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던 것과 비교할 때 화재 경로가 다른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박 단장도 “민관 합동조사단이 볼 때 EGR밸브와 EGR바이패스밸브는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술적 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라 원인을 온전히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BMW측으로서는 본사 임원들까지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설명했던 데 대한 공식 반박이 나온 셈이라 곤란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BMW 차량 화재사고로 피해를 입은 차주들은 벌써부터 국토교통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BMW코리아를 상대로 추가 소송에 나서겠다고 벼르고 있다.
1000여 명 상당의 BMW차량 소유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EGR을 과다 작동시킨 설계결함이 이번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결과로 발표됐다”며 “발표를 계기로 집단소송 참여를 원하는 피해자들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리콜 대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BMW를 곤혹스럽게 하는 요소다.
민관 합동조사단은 BMW측에게서 EGR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품 내구성 관련 자료를 받아야만 추가 리콜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조사단은 추가적으로 BMW가 10만 대가량의 리콜을 실시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BMW코리아는 화재사고를 서둘러 수습해 2019년 판매를 조기에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런 계획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다만 시민단체에게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소프트웨어 조작 의혹을 해소한 점은 BMW에게 그나마 긍정적이다.
박 단장은 BMW가 EGR 소프트웨어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인위로 조작한 것은 아니다”며 “EGR에 들어가는 배기가스량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조절되지만 이는 엔진 설계전략이기 때문에 조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