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놓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14일 삼성화재에 따르면 자동차보험료 인상폭과 관련해 보험개발원에 의뢰한 결과를 받고 내부 검토를 거쳐 조만간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는 11월 말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위한 보험료율 검증을 신청했다. 보험개발원이 제시하는 보험료율은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적정 보험료 산정의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삼성화재가 대형 손해보험회사로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개발원에 자동차 보험료율을 놓고 검증을 요청한 것을 두고 다소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회사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보험료율 검증 절차를 거친다.
이미 확보한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검증 절차에 필요한 내부 데이터가 풍부한 데다 보험개발원의 보험료율 검증이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 보험료율을 인상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기 위해 보험개발원에 검증을 요청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율 6%이상 인상 요구에 부정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금감원은 정비요금 상승분이나 자연재해 등에 따라 보험료율 조정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손해보험사들이 마케팅 비용이나 과도한 사업비용 지출을 자제한다면 충분히 인상폭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계열사인 삼성생명이 금감원과 즉시연금을 놓고 대립각을 세워두고 있다는 점도 삼성화재가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개발원에 항상 검증을 요청하는 것은 아니고 필요할 때마다 종종 해왔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그동안 손해보험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며 업계의 자동차보험료 인상 시기를 사실상 결정해 왔다. 삼성화재가 먼저 움직이고 나서 다른 손보사들이 따라 붙는 현상이 계속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고 난 뒤 보험료를 인상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와 껄끄러운 상황에서 먼저 보험료 인상이라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더라도 3%대 수준으로 산정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올해 들어 폭염과 태풍, 폭우 등 자연 재해로 손해율이 크게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인상폭이 크지 않은 셈이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가운데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삼성화재는 3분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6.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포인트 올랐다. 자동차보험료 원가에 해당하는 정비요금 인상폭도 2.9%에 이른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료 인상폭과 반영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정해지더라도 실제 반영하기까지 한 달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