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12-13 17: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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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조세 회피 의혹을 받는 해외 IT기업을 대상으로 과세 강화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정부 부처들도 해외 IT기업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면서 국회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
▲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10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던 가운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 7월1일부터 구글과 애플 등 해외 IT기업의 기업과 개인 사이(B2C) 서비스 등에 부가가치세를 매기게 되면서 ‘구글세’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구글세는 해외 IT기업 중심의 외국계 유한회사에게 세금을 매기는 제도를 말한다. 구글 등이 여러 나라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데도 납세를 회피하자 세계 각국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해외 IT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구글세 도입이 논의돼 왔다.
구글코리아는 2017년에 매출 4조 원 이상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됐지만 그해 법인세로 200억 원 정도를 냈다. 비슷한 매출을 올린 네이버가 법인세 4천억 원을 낸 것과 비교된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등 해외 IT기업의 한국지사 대표들이 10월 국정감사에서 조세 회피 의혹에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구글세를 도입하려는 국회의 움직임도 더욱 빨라졌다.
이에 따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해외 IT기업의 서비스에 부가가치세를 매길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 개정안은 해외 IT기업의 기업대개인 서비스범위 안에서 인터넷광고, 클라우드컴퓨팅, 공유경제, 온오프라인연결(O2O) 등에 부가가치세 10%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정부가 해외 IT기업이 서비스하는 게임과 동영상, 소프트웨어 등에만 부가가치세를 매길 수 있어 과세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이번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은 해외 IT기업의 기업 사이(B2B) 서비스를 과세 대상으로 넣지 않아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해외 IT기업 대다수가 기업 중심의 플랫폼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과세 대상에 포함된 기업과 개인 사이 거래보다 기업 사이 거래의 매출 규모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해외 IT기업의 조세 회피 의혹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법인세를 매길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IT기업은 현재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아 법인세를 낼 의무도 없다.
다만 국회가 이번 부가가치세법 개정을 시작으로 해외 IT기업 대상의 과세 확대를 추진할 후속법안의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해외 IT회사도 국내에 서버를 두는 방안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박선숙 의원은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통과돼 구글세 등의 디지털세를 논의할 기초가 마련됐다”며 “해외 IT회사와 국내 사업자의 거래로 과세를 확대하는 문제는 이번에 합의되지 못했지만 앞으로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다른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 사이에 구글세 도입은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관련된 입법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해외 IT기업의 조세 회피를 비롯한 각종 의혹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국회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구글코리아 본사의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부가가치세 부과를 앞두고 과세자료를 확보하려 한다는 추측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을 대상으로 ‘광고비 떠넘기기’ 등 갑횡포 혐의의 제재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일정 기준 이상의 해외 IT기업은 국내 대리인을 무조건 지정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정부가 요청하는 자료를 내야 하는 법률 시행령을 마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