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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부터) 김재필 태광그룹 티브로드 신임 대표이사,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 |
케이블TV업계 3위인 씨앤앰(C&M) 매각이 본격화한다.
씨앤앰은 몸값만 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대형 매물이다.
CJ헬로비전이나 티보르도 등 케이블TV업체가 씨앤앰을 품게 되면 케이블TV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순식간에 케이블TV업계 1위에 오르고 유료방송시장에서도 KT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IPTV업체인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도 인수후보로 거명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씨앤앰을 올해 안에 제대로 팔아야 한다. 씨앤앰 인수를 위해 일으켰던 인수금융의 만기가 곧 돌아오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씨앤앰을 매각을 통해 기업 되팔기의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김 회장은 MBK파트너스를 통해 대형 인수합병은 성사했으나 인수한 기업을 되팔아 수익을 내는 데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문제는 몸값이다. MBK파트너스는 가입자 수, 인수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씨앤앰 매각하면서 2조6천억 원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은 부담을 느낀다. 케이블TV가 IPTV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몸값은 오히려 승자의 저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주저한다.
◆ 씨앤앰, 왜 매력적인가
씨앤앰은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다. 국내 케이블TV시장 점유율 17%(240만여 명)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CJ그룹의 CJ헬로비전이 28%(430만여 명)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태광그룹의 티브로드가 22%(330만여 명)의 점유율로 2위에 올라있다.
씨앤앰은 케이블TV업체와 IPTV사업을 하고 있는 통신사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케이블TV업체 1, 2위인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의 경우 씨앤앰을 인수하면 케이블TV시장의 맹주가 될 수 있다.
IPTV 시장 2, 3위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경우 국내 1위 유선방송사업자 KT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KT는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합산규제로 가입자를 늘리는데 제한을 받게 된다. KT는 현재 80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해 전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28.6%를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씨앤앰은 최대 알짜로 꼽히는 서울 강남 3구 등을 사업권역으로 보유한 케이블TV 점유율 3위 기업”이라며 “동종업계 기업이 인수한다면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T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 IPTV를 앞세워 유료방송업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이 씨앤앰 인수를 통해 KT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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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 김병주, 씨앤앰 매각에 성공할까
씨앤앰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25일 예비입찰을 한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2008년 씨앤앰 지분을 15% 보유하고 있던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스와 함께 국민유선방송투자를 설립해 씨앤앰의 대주주가 됐다. 현재 지분율이 93.81%에 이른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씨앤앰 매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MBK 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가 씨앤앰 지분을 확보할 때 일으켰던 인수금융(1조5천억 원)이 만기가 내년 7월 말이다. 게다가 씨앤엠 인수에 참여했던 사모펀드 만기도 올해 돌아온다.
신건식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씨앤앰 매각규모가 크고 정부 승인과정이 필요하므로 최소한 올해 매각에 대한 윤곽이 잡혀야한다"고 내다봤다.
김병주 회장은 씨앤앰에 투자한 금액과 기회비용을 감안할 때 최소 2조5천억 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2008년 인수대금 2조2천억 원 가운데 70%인 1조5600억 원을 은행에서 빌렸는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이자로만 4280억 원 가량을 냈다. 인수대금에 이자비용을 고려하면 최소 2조6천억 원 이상에 되팔아야 손해를 안 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인수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본다.
MBK파트너스가 산정한 매각가치는 가입자당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격이라고 지적한다.
인수합병 시장에서 보는 씨앤앰 몸값은 최대 1조5천억 원 수준이다. 최근 2년 동안 지방사업자를 인수한 CJ헬로비전 역시 가입자당 금액을 최대 30만~40만원 수준에 가격을 매겼다.
케이블TV업계의 한 관계자는 "씨앤앰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2조 원 이상의 금액으로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며 "1조원 대라면 검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MBK파트너스가 씨앤앰을 인수할 때 상황과 지금은 시장이 크게 변했다고 지적한다. 이제 케이블TV가 강력한 경쟁상대인 IPTV와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해 큰돈을 주고 씨앤앰을 인수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김병주 회장은 M&A업계에서 ‘김병주가 뜨면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안목과 추진력을 평가받고 있다.
그는 중학교 시절에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골드만삭스, 칼라일에서 일하는 등 금융업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대만 케이블TV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CNS)의 지분 60%를 대만의 라면왕 웨이잉저우의 팅이홀딩스에 24억 달러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차익금만 9억 달러였다.
김 회장은 코웨이(1조2000억 원),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1조 원), ING생명보험(1조8000억 원) 등을 인수했는데 네파를 제외하고 이 기업들을 매각할 경우 수천억 원의 차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의 저울질
태광그룹은 최근 NH투자증권을 인수 주관사로 내정하고 티브로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태광그룹은 최근 티브로드 신임 대표이사로 김재필 오성회계법인 대표를 내정했다. 그는 태광산업 감사팀장, 티브로드 감사, 흥국생명보험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한 재무통이다. 티브로드의 기업공개를 성공시키겠다는 태광그룹의 의지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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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필 티브로드홀딩스 신임 대표이사 |
증권 전문가들은 티브로드 상장이 씨앤앰 매각 일정과 비슷하게 전개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티브로드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이 1조 원 중반에서 최대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티브로드 상장을 통해 확보할 자금으로 씨앤앰 인수에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신건식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씨앤앰 인수확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티브로드”라며 “티브로드는 23개 지역방송국(SO)을 거느리고 있는데 가입자 기준 1위인 CJ헬로비전을 넘어설 기회”라고 말했다.
케이블TV 시장에서 씨앤앰의 점유율은 16.4%다. 업계 3위인 티브로드(22.4%)가 씨앤앰을 인수하게 되면 1위인 CJ헬로비전(28.7%)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CJ그룹도 씨앤앰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전체 유선방송을 놓고도 KT 다음으로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유선방송 가입자는 KT(790만 명), CJ헬로비전(422만 명), 티브로드(330만 명), SK브로드밴드(300만 명) 순이다. 씨앤앰은 가입자 238만 명으로 CJ헬로비전이 씨앤앰을 인수할 경우 KT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이 굳이 씨앤앰 인수로 케이블TV 점유율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은 콘텐츠 명가를 향한 열망이 강하고 이미 국내에서 따라올 만한 경쟁자가 없다”며 “CJ는 방송을 위한 플랫폼 장악보다 플랫폼들을 채울 양질의 콘텐츠 개발에 역량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 SK텔레콤도 나설까
씨앤앰은 디지털 전환율이 높은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가입자당 수익(ARPU)이 높다. 씨앤앰의 디지털 전환율은 65%인데 시장평균은 48% 정도다.
이 때문에 IPTV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가 씨앤앰을 인수하면 큰 효과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브로드밴드의 모기업인 SK텔레콤은 통신시장에서 1위지만 유로방송 시장에서 KT에 맥을 못 추고 있다. KT의 가입자는 790만 명인데 SK브로드밴드는 30만 명이다.
게다가 IPTV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케이블TV업체보다 SK텔레콤이 씨앤앰을 인수할 경우 SK브로드밴드와 시너지가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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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
IPTV시장은 2009년 220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3년 1조1250억 원으로 5배 성장했다. 그동안 케이블TV는 1조8050억 원에서 2조3790억 원으로 32% 성장하는데 그쳤다.
SK텔레콤은 20일 SK브로드밴드의 지분을 100%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에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IPTV, 미디어, 스마트홈 등 신규시장에서 시너지를 강화하는 데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만큼 SK텔레콤이 씨앤앰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현금 동원력에서 누구에도 밀리지 않는다.
◆ 씨앤앰, 엔터테인먼트사 IHQ 최대주주 등극해 변수
씨앤앰이 엔터테인먼트사 IHQ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외국계기업이 인수후보로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씨앤앰이 한류 콘텐츠를 흡수한 만큼 외국계기업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IHQ는 연예매니지먼트사업과 드라마, 예능 제작과 음반사업을 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이다. 장혁, 김우빈, god, 박재범 등 50여 명의 연예인을 소속사에 두며 국내 연예엔터테인먼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IHQ는 지난 17일 최대주주가 '정훈탁 외 2인'에서 '씨앤앰 외 4인'으로 바뀌었다. 씨유미디어와 합병이 완료되면서 기존 씨유미디어의 최대주주였던 씨앤앰이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IHQ는 지난 13일 코미디TV 등 케이블방송을 내보내는 씨유미디어와 합병절차를 마무리하고 통합법인으로 공식출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콘텐츠사업과 플랫폼사업의 결합으로 시너지가 기대돼 씨앤앰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디어사업에 관심이 많은 중국과 미국의 전략적 투자자들이 씨앤앰을 인수하면 한류 콘텐츠까지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관심을 보일 이유가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행 방송법상 해외기업의 씨앤앰 인수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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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 |
방송법 제14조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에 대해서 외국정부나 외국인, 외국법인이 주식 49%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국법인은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회사를 의미한다.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 해외법인이 경영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다.
해외기업이나 투자자가 씨앤앰 인수전에 참여하려면 국내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49% 이하로 지분율이 낮춰야 한다. 해외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지분율을 세부적으로 조정하고 공동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행방송법 제 15조에서 방송사업자 최대주주 변경에 미래창조과학부 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