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개편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이원화나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 등이 구체적 개편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위 중심의 결정 구조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아래 최저임금위가 다음해 최저임금을 심의해 의결하면 고용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의 결정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셈이다.
현행 최저임금위는 노조와 사용자(기업), 정부 측 위원들이 9명씩 같은 비중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측 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사실상 쥐게 되면서 노사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최저임금이 대폭 오른 점을 놓고 최저임금위 중심의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홍 부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2019년에는 시장의 수용성과 지불 여력,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당시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위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유지하되 위원회를 상부와 하부 구조로 이원화하는 방식을 향후 논의할 수 있는 개편안의 예시로 내놓았다.
이 방식을 따르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저임금 하부위원회가 경제지표 등을 바탕으로 다음해 최저임금의 인상폭 상단과 하단 사이의 구간을 설정한다.
노조와 기업 대표가 참여하는 최저임금 상부위원회는 지금처럼 다음해 최저임금을 결정하지만 하부위원회에서 설정한 구간 안에서만 최저임금 인상폭을 고를 수 있다.
최저임금위의 이원화는 현재 최저임금위의 구조를 일부만 바꿔 맹점을 보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위의 기존 취지를 살릴 수 있다.
최저임금 하부위원회가 다음해 최저임금의 인상폭 구간을 미리 결정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여지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의 실제 인상폭보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이 사회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최저임금위가 이원화되면 인상폭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시장의 안정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하부위원회에서 인상 구간을 설정할 때부터 의견을 쉽게 모으지 못하면 의결 과정이 지금보다 더욱 더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인상폭을 사실상 확정하지만 고용부 장관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문제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단점도 계속 남게 된다.
이 때문에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가 최저임금의 인상폭을 최종 결정해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용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안을 국회에 내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해 최종 의결하거나 제출된 방안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9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의 결정 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할 때 최저임금 결정권에 걸맞은 책임을 확보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결정권을 국회로 넘기는 방안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일부 야당 의원들도 최저임금의 결정권을 국회로 넘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정감사 당시 최저임금위를 국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가 최저임금의 결정권을 쥐게 되면 정쟁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 구조보다 최저임금 결정의 독립성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권혁 교수는 "정치적 책임의 주체인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면 책임 소재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사회와 경제여건, 지불능력 등을 객관적으로 고려하려면 국회 등의 영향력으로부터 멀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