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현대자동차에 주주권익보호를 위한 위원회 설립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과정에서 제기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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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13일 열린 현대차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를 이사회 내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한전부지 매입 결정 이후 현대차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며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유경 APG자산운용사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표해 현대차에게 3가지를 제안했다.
박 이사는 현대차 이사회 내부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정식으로 설치할 것, 이 위원회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매년 발표할 것,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임명할 것을 요구했다.
김충호 사장은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는 소액주주 보호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현대차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경영환경과 시행여건을 감안해 이사회 규정에 빨리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낙찰받자 현대차 주가가 급락하는 등 주주에게 큰 손실을 끼쳤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당시 현대차그룹이 무리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주주의 이익을 무시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대차 지분 0.14%를 보유하고 있는 브레인자산운용은 윤갑한 현대차 사장이 한전부지 고가매입 당시 사내이사로 재직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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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열린 47차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뉴시스> |
이날 현대차 주총에서 윤갑한 사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이동규 김앤장 고문과 이병국 이촌세무법인 회장은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이날 주총에서 현대차 주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한 주주는 “자사주 매입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계속 배당을 늘리고 주가가 원래 수준을 회복하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현대차 주가는 한전부지 낙찰 직전 21만 원대에서 한때 14만9천 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현대차가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17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