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11-2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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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브랜드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 ‘말리부’가 더욱 강력해진 ‘더 뉴 말리부’로 돌아왔다.
향상된 가속성에 첨단 편의사양까지 더해졌지만 구형 모델보다 저렴하게 판매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GM 쉐보레의 '더 뉴 말리부'. <한국GM>
한국GM은 26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강원 인제 자동차경기장 인제스피디움까지 편도 154km에 이르는 구간에서 ‘더 뉴 말리부’의 시승행사를 열었다.
더 뉴 말리부는 2016년 출시된 9세대 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말리부는 쉐보레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중형 세단으로 1964년 처음으로 출시된 뒤 모두 8번의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쳐 9세대 모델까지 나왔다. 미국과 중국 등을 포함한 글로벌시장에서 누적 판매량 1천만 대를 넘었다.
한국GM은 신차급으로 외관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다양한 신규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 등 동력전달계)을 장착한 만큼 더 뉴 말리부가 올해 한국GM의 판매량 증가에 뒷심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영식 한국GM 마케팅부문 총괄 부사장은 26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더 뉴 말리부 미디어쇼케이스에서 “최근 쉐보레의 주요 고객층은 30대로 예전과 비교해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며 “이들은 ‘남들이 사면 따라 산다’는 구매 패턴이 아니라 ‘내 기준에 맞으니까 내가 고른다’는 자기주도적 성향이 강한 연령대인데 이런 성향을 만족하기 위해 탄생한 차량이 더 뉴 말리부라고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시승 구간은 도심과 고속도로 96km, 굽은 길이 많은 국도 58km 등으로 구성돼 차량의 다양한 성능을 충분히 시험해볼 수 있었다.
우선 한국GM측에서 시승 전부터 강조한 ‘지능형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지능형 어댑티드 스마트 컨트롤은 주행 중에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유지해줄 뿐만 아니라 앞차와 거리를 감지해 선행 차량과의 거리까지 유지해주는 기능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차량에 탑재됐지만 해당 기능을 사용해본 경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차량 편의기능의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능형 어댑티브 스마트 컨트롤은 핸들(스티어링휠) 왼쪽에 있는 조그만 버튼들로 설정하고 조정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이 기능을 켜고 속도를 100km/h로 설정했다.
운행차량 앞쪽에 아무 차가 없으면 말 그대로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도 차량이 100km/h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핸들은 계속 움직여줘야 했지만 가속 페달을 밟지 않는 것만으로도 운전의 피로감이 확 줄었다.
▲ '더 뉴 말리부' 내부 인테리어. <한국GM>
더욱 놀라운 것은 앞쪽에 갑자기 다른 차량이 나타났을 때다. 지능형 어댑티브 스마트 컨트롤은 앞차와 거리를 레이더를 통해 감지한 뒤 속도를 알아서 줄였다.
다만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기술을 향한 믿음’이 굳건해야 했다. 서행하던 앞차가 다른 차선으로 이동해 앞쪽에 아무 차량도 없게 되면 미리 설정된 속도 만큼 더 뉴 말리부가 급가속했는데 다소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굽은 도로에서도 앞차를 인지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더 뉴 말리부는 매우 ‘정숙한 차량’으로 여겨졌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면서 때때로 140km/h까지 속도를 높였는데도 불구하고 풍절음(바람 소리)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더 뉴 말리부와 동급 모델의 차량들이 속도 110km/h를 넘으면 조금씩 소음이 발생하던 것과 대비됐다.
이 밖에도 언덕에서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며 무리 없이 가속할 수 있는 능력과 급정거 때 제동력, 굽은 도로에서의 핸들링 등도 모두 우수했다.
차량 내부를 살펴봐도 쉐보레가 더 뉴 말리부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한 번에 받았다.
우선 센터페시아(대시보드 중앙에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컨트롤패널 보드)에 놓인 버튼들이 직관적으로 배치됐다.
또 새로운 그래픽을 적용한 8인치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탑재돼 운전자로 하여금 한 눈에 운행정보 등을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내비게이션뿐 아니라 계기판에도 목적지를 향해 가야할 방향이 표시되는 점도 좋았다.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강원 인제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미디어쇼케이스에서 더 뉴 말리부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GM>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연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승 차량인 2.0리터 터보 엔진 모델의 복합 공인연비는 10.8km/ℓ(고속 13.2km/ℓ, 도심 9.4km/ℓ)다. 다른 완성차기업의 동급 모델들과 비교해 복합 공인연비 기준으로 약 1km/ℓ 모자란다.
이날 시승차량의 평균연비는 약 11.9km/ℓ를 보여 복합 공인연비보다 약간 높았지만 시승행사에 참석한 기자들 대부분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도어 포켓(나동차 문 손잡이에 위치하는 작은 수납공간)의 깊이가 얕아 실용성도 낮아 보였다. 도어 포켓에 스마트폰과 궐련형담배를 넣었는데 차를 꺾는 도중에 바깥으로 튕겨 나왔다.
통상 도어 포켓에 스마트폰이나 조그마한 물건 등을 넣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사용자들은 분명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은 기어박스 앞뒤편에 별도로도 마련돼있다.
개인적으로는 외관 디자인도 아쉬웠다. 전면부는 확대된 그릴(라디에이터 냉각에 필요한 공기를 유입하기 위한 통풍구) 덕에 한층 세련된 느낌을 줬지만 후면부의 리어램프(후미등)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