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으로 살아난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자꾸 '불공정 사례'로 입에 올라 불편한 상황에 놓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이 한국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추진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유럽연합은 일본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양자협의에 참여를 원한다고 최근 세계무역기구와 한국, 일본에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가 간접적 또는 직접적 방법으로 한국 조선소를 지원한 것은 유럽연합 국가들의 주요 수출품인 선박이나 선박엔진, 해양장비 등의 가격과 무역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협의는 세계무역기구 분쟁협의상의 절차인데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으면 제3의 회원국도 참여가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일본과 같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만큼 일본처럼 제소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Cecilia Malmström) 유럽연합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0월 시장 왜곡 행위에 관해 논의하면서 “한국 정부의 한국 조선소 지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정부로부터 3년에 걸쳐 7조1천억 원을 지원받은 만큼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본은 대우조선해양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낮은 가격으로 배를 수주하면서 시장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모 아쓰미 일본 국토교통성 해사국장은 5월 한 간담회에서 "RG(선수금환급보증) 지원도 문제지만 정책금융기관의 직접적 금융 지원이 가장 큰 문제"라며 대우조선해양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은 일본의 지적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한국 조선소들은 일본, 유럽 조선소들이 못 만드는 배를 만들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될 일도 아닌데 일본이 몽니를 부린다'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한국은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에 집중하는 반면 일본은 벌크선이 주력이고 컨테이선을 만든다고 해도 주로 일본 자체 물량"이라며 "유럽도 크루즈선을 주로 하고 있고 상선은 전부 아시아로 넘어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발주된 LNG운반선 44척 가운데 42척은 한국 조선사가 차지했고 또 다른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도 올해 나온 일감 27척 중 25척을 한국 조선사가 수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일본 등이 제소에 나서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바라본다. 선박은 선종별 특수성이 강해 정부 지원이 수출 시장을 왜곡했다는 입증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국제법상 다른 국가에 부정적 효과가 없으면 세계무역기구의 보조금 협정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올해 상반기에 일본의 제소 가능성을 놓고 “유럽연합이 과거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지원정책이 공정무역을 해친다며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지만 패배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1996년부터 한국 정부가 조선사에게 부당하게 보조금을 지급해 유럽 조선업계가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2002년 세계무역기구에 한국 정부를 제소했다. 당시 한국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삼호조선, 대동조선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식으로 기업회생 조치를 내린데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런 지원이 불공정무역을 조장한다고 했지만 세계무역기구는 2004년 유럽연합의 이런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국가 간의 문제인 만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대응할 때 필요한 자료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대처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