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PC와 데이터서버에 탑재되는 SSD 저장장치의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낸드플래시 반도체시장이 당분간 SSD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삼성전자에 수혜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23일 IT전문매체 더레지스터가 보도한 IDC 등 시장 조사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세계 SSD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높이며 압도적 선두를 지켰다.
삼성전자는 3분기 기업용 SSD시장에서 매출 기준 38.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이 지난해 3분기보다 약 13.5%포인트 급증하며 2위 인텔(18.3%)과 격차를 벌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도 기업용 SSD시장에서 올해와 비슷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며 "다만 시장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소비자용 SSD시장 점유율도 38.7%로 2위 도시바(11.3%)와 압도적 격차를 보였다.
더레지스터는 PC와 서버에 사용되던 하드디스크가 SSD로 전환되는 수요에 삼성전자가 발빠르게 대응하며 SSD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위상을 증명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이 하락하며 SSD 수요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SSD 가격에 부담을 안아 교체를 미루던 고객사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내년 스마트폰용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율은 25%에 그치겠지만 SSD용은 46%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는 SSD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앞세워 실적 성장을 추진하기 유리한 환경에 놓였다.
PC와 서버 제조사를 포함한 낸드플래시 주요 고객사가 SSD의 안정적 물량 수급을 위해 높은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2019년에도 계속된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SSD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수급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세계 낸드플래시업황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도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높은 고용량 SSD의 공급 확대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실적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세계 낸드플래시 평균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약 24%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11조1970억 원에서 올해 11조9900억 원까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반도체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 때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독자적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실적을 방어하는 전략을 썼다.
내년에도 낸드플래시업황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전자가 SSD시장 공략에 집중해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낸드플래시 성능 발전과 원가 절감에 유리한 3D낸드 기술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내년에는 업계 최초로 90단 이상의 3D낸드 공정을 기업용 SSD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90단 이상의 3D낸드를 PC용 SSD에 먼저 적용한 뒤 점차 기업용 SSD를 포함한 다른 분야까지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인텔이 내년 2분기에 새 CPU 출시를 앞둔 점도 SSD 수요 증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