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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10월 광양제철소에서 4열연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
포스코그룹 안에 미운 오리새끼 같은 부실 계열사들이 많다.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포스코 국내 계열사 46곳 가운데 29곳이 순손실을 냈다.
포스코 해외법인 가운데도 골치덩어리들이 많다. 좀처럼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들이 여럿이다. 포스코 해외법인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천억 원이 넘는 누적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부실 계열사들과 해외법인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업황 불안과 구조적 문제로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 밑빠진 독에 물붓기, 포스코플랜텍
권오준 회장은 지난달 경영난에 시달리는 포스코플랜텍을 살리기 위해 인력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달 창사 이래 최초로 전체 인원의 30%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의 유상증자로 잠시 숨을 돌렸지만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가 계속 악화하자 최후의 수단으로 감원을 선택했다.
포스코는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포스코플랜텍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2010년 이후 6천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 포스코플랜텍에 들어갔다.
포스코플랜텍은 권 회장 취임 뒤 매각 1순위로 꼽혔다. 매년 2천억 원 가까운 적자를 내며 경영난에 시달려 온 데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회장은 매각 대신 고강도의 구조조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포스코플랜텍이 매물로서 가치가 없고 이미 많은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에 살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차례의 유상증자에도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거두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진행된 포스코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플랜텍의 손실 폭을 줄이고 내후년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그룹 내에서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 회장이 언제 수익을 낼지 모르는 계열사를 계속 지원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결정했을 당시 포스코 내부에서도 상당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는 여덟 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조선업황 부진으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조선해양업계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이 250%를 넘는 곳에 부품을 발주를 하지 않는다. 포스코플랜텍의 부채비율은 700%가 넘는다. 앞으로도 당분간 수주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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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생산 현장을 방문해 현지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
◆ 포스코엠텍과 포스하이메탈도 골치
포스코엠텍은 지난해 도시광산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최근 몰리브덴사업부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엠텍은 현재 영월에 위치한 몰리브덴 공장건물과 부지, 공장설비를 오는 6월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포스코엠텍은 지난해 영업손실 246억 원, 당기순손실 1천억 원을 기록했다. 1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5년 7월 포스코 계열회사로 편입된 뒤 지난해가 처음이다.
포스코엠텍은 최근 사업부문을 차례로 정리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중이지만 실적이 언제 나아질지 알 수 없다.
포스코엠텍은 현재 포스코에서 생산한 강판을 포장하는 제품포장 부문 외에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부가 거의 없다.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순도 알루미나도 3년 동안 별다른 성과가 없다.
포스코엠텍의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경우 포스코의 자금지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포스하이메탈도 애물단지다. 포스하이메탈은 고순도 페로망간(FeMn)을 제조하는 회사로 포스코와 동부메탈이 2009년 세운 합작법인이다.
포스하이메탈은 지난해 142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권 회장은 이 회사를 팔 수도 없다. 포스하이메탈이 생산하는 고순도 합금철은 광양제철소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원재료다. 합금철을 수입하거나 다른 회사에서 납품받으면 원가가 더 올라간다.
◆ 원가경쟁력에서 뒤지는 포스코 해외법인들
포스코의 해외법인들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이 국내법인뿐 아니라 해외법인에도 칼을 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포스코의 해외법인 200여 개는 모두 2천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포스코 해외법인은 2012년과 2013년을 합쳐 5천억 원에 가까운 누적손실을 기록했다.
해외법인의 경우 구조적 문제에서 적자가 비롯되기 때문에 당장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 소재를 조달받아 현지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권 회장은 지난해 취임 뒤 “2016년까지 해외법인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해외법인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돌파구를 찾기로 했다.
권 회장은 지난달 해외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법인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점법인을 올해 안에 설립하기로 했다. 거점역할을 하는 대표법인은 미주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3곳에 설립한다.
대표법인 설립추진반은 회장 직속의 가치경영실에 배치됐다. 그만큼 포스코에서 해외법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앞으로 해외법인의 경쟁력 강화와 독립체제 구축을 위해 현재 해외파견으로 운영되는 주재원들의 신분을 해외법인 소속으로 전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거점법인과 본사의 소통을 강화하고 해외법인 직원들의 소속감도 높여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