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구광모 LG회장이 세대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부회장단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하 부회장의 거취에도 자연스레 시선이 쏠렸다.
구 회장은 정기인사를 실시하기도 전에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의 퇴진을 결정하는 한편 신학철 전 3M 수석부회장과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부사장 등 외부인사들을 영입하는 등 파격적 인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 부회장이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시대의 상징적 인물인 동시에 통신사업 관련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구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전문성을 강조해 온 만큼 인사 사정권 밖에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왔었다.
물론 그런 분위기에도 유임을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구 회장이 권영수 부회장을 지주회사로 불러들이면서 하 부회장을 LG유플러스에 보냈다는 점에서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수장을 다시 교체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게 유임을 예상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였다.
하 부회장이 최근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봐도 유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하 부회장이 계속 대표이사를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 부회장의 유임 가능성을 놓고 LG유플러스가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 분리 작업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란 시선도 있다.
구 회장이 그룹 승계를 마쳤지만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라는 마지막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구 부회장은 연말에 퇴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계열 분리는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구 부회장이 들고 나갈 계열사로 LG유플러스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하 부회장이 이번 정기인사 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 부회장은 구본준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 부회장이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게 된 당시에도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를 위한 밑그림의 하나가 아니겠냐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J헬로 인수가 늦춰지는 것을 놓고도 LG유플러스의 계열 분리 가능성과 연결지어 보는 시선이 회사 안에 많다”며 “적어도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가 가시화되기 전에는 하 부회장의 거취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부회장은 LG유플러스가 5G 시대의 개막이라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어 당분간 시장에서 LG유플러스의 입지를 확대하는 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새 판이 열릴 때 판을 흔들 기회가 생기는 만큼 하 부회장은 5G 서비스를 계기로 3위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의 오랜 염원인 '꼴찌 탈출'을 현실화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하 부회장은 8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주주총회에서 “다가오는 5G 무선통신 시대의 사업 환경은 큰 도전이지만 동시에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LG유플러스가 다져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5G 통신사업과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드론,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사업 등을 주도해 1등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LG유플러스가 유선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하 부회장은 IPTV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CJ헬로 인수라는 굵직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 부회장은 취임 뒤 지속적으로 CJ그룹 측과 CJ헬로 인수를 위한 물밑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발표만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다음주경 임원인사가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사와 관련해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