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18-11-09 17: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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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차세대 통신망 구축사업을 위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보안 문제에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농협 차세대 통신망 구축사업에서 KT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올해 안으로 최종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크다.
▲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NH농협은행이 발주하는 전용회선 통신망 고도화사업은 12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NH농협은행이 사업의 발주를 맡았지만 사업의 대상은 NH농협은행 뿐만 아니라 단위농협, 축협 등 전 농협의 네트워크다.
NH농협은행은 통상적으로 5년마다 전용회선 통신망 고도화사업을 하는 데 KT가 지금까지 계속 농협의 통신망을 책임져온 만큼 이번에 KT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 자체는 이례적 일이 아니다.
문제는 KT가 새로 구축하는 농협의 전용회선에 중국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기로 한 점이다.
KT는 공유기를 제외한 주요 핵심 장비로 화웨이의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입찰 제안서를 통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금까지 농협 전용회선 장비로 알카텔루슨트의 장비를 사용했다. 알카텔루슨트는 현재 노키아에 인수됐다.
화웨이 통신장비를 놓고 세계적으로 ‘스파이칩’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10월부터 중국산 통신장비에 데이터를 훔쳐 볼 수 있는 스파이칩이 심어져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블룸버그는 10월4일 애플, 아마존 등 주요 기업에서 쓰이는 대만계 서버 제조회사인 슈퍼마이크로가 제조한 서버 장비에 해킹을 위한 스파이칩이 심어져 있다고 보도했다.
스파이칩 논란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 제조회사 전반으로 번져갔다. 이전부터 중국 스마트기기 제조회사인 레노버 등에서 몰래 데이터를 빼 볼 수 있는 ‘백도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놓았다 적발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정부가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회사로 사실상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을 기업의 이름을 빌려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미국의 주요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등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금지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LG유플러스가 5G 장비회사로 화웨이를 선정했다가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KT는 농협의 차세대 통신망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다음날인 8일 5G 장비 도입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만일 농협 통신망의 보안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여파는 다른 은행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통신망은 NH농협은행 1160개 지점을 비롯해 전국 4400여 개의 농축협 조합소속 점포의 전산망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의 전산망은 면 단위까지 전국 곳곳에 뻗어있어 사실상 국가 기간시설이나 다름없다”며 “농협이 2011년 농협중앙회 해킹 사고, 2014년 농협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굵직한 보안 사고를 여러 차례 겪고도 왜 보안 문제가 제기된 회사의 장비를 도입하려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통신사업자를 지정한 것일 뿐 특정 장비회사를 지명한 것이 아니다”며 “농협 외에도 국내 다른 대기업이나 금융권에도 화웨이 장비가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