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일부 금융지주들이 부동산신탁회사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활성화정책으로 대형 금융지주들의 추가 진출이 점쳐지면서 10년 동안 11개 회사의 과점체제가 유지됐던 이 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조용병(왼쪽)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정서진 아시아신탁 부회장이 10월31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신한금융지주와 아시아신탁의 주식매매계약(SPA)를 맺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2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부동산신탁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현재 부동산신탁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신한금융지주는 10월 말 아시아신탁을 인수했다.
NH농협금융은 7월 NH농협리츠운용을 출범해 부동산 금융시장의 일부 영역에서 뛰고 있다. 현재 부동산신탁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부동산신탁회사 인가를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비은행부문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부동산신탁시장에 진출하려 한다. 현재 직접 진출하는 방법과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11월26일~27일에 신규 부동산신탁회사 예비인가 신청 접수를 받는데 우리은행이 7일 지주사 전환 승인을 받고 그 뒤 지배구조나 이사회 구성 등을 논의하기로 해 이번에는 신청할 만한 여력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이 국제신탁과 무궁화신탁, 코리아신탁 등의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 소유주로부터 부동산 자산을 위탁받아 수익을 내고 부동산 소유주와 수익을 나누는 형태의 사업이다.
금융위는 10월 부동산신탁회사를 최대 3개까지 추가로 인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부동산신탁업을 하는 회사는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 총 11곳이다.
부동산신탁업은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으로 2009년 이후 신규 진입없이 부동산신탁회사 11개사 체제가 이어져왔다.
부동산신탁사업은 부동산 열풍을 타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부동산신탁회사들은 상반기에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냈다. 상반기 전체 부동산신탁회사 11곳의 순이익은 2017년 상반기보다 428억 원(17.6%) 늘어난 2853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기 순이익 규모로 사상 최대다.
회사별 평균 순이익은 259억 원으로 11곳 회사 모두 흑자를 냈다.
특히 은행을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회사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하나자산신탁의 순이익은 2013년 72억 원에서 지난해 319억 원으로 4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KB부동산신탁의 순이익도 21억 원에서 364억 원으로 17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들이 모회사의 든든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을 주로 펼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책임준공형 신탁은 부동산신탁회사에서 건설현장의 준공 과정에서 생기는 위험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금융그룹, 대신증권, 부국증권 등도 부동산신탁회사 인가를 신청할 회사들로 거명된다. 건설업계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부동산신탁시장이 언제까지 '황금기'를 이어갈지를 놓고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부동산신탁시장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고 금융당국이 추가로 부동산신탁회사 신규 인가를 내줘 경쟁도 심화될 것”이라며 “겉보기에는 화려하게 보여도 업계 내부에는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들어 부동산신탁회사의 손바뀜이 잦은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며 “정말 호황이면 매각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고 덧붙였다.
올해만 해도 아시아신탁 주인이 바뀌었고 생보부동산신탁 지분도 매물로 나와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