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 했던 사람이 300명이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CJ대한통운 잇단 인명사고, 박근태 자세 아쉽다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장.


1931년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펴낸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법칙이다. '1:29:300의 법칙', 또는 저자의 이름을 따 ‘하인리히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3건의 사망사고는 이런 하인리히의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10월29일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택배 상차 작업을 하던 도중 트레일러에 치여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0일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는 8월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당해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던 곳이다.

8월30일에는 옥천허브물류센터에서 50대 임시직 노동자 이모씨가 작업 도중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석 달 사이에 세 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일 이번 사고와 관련해 CJ대한통운의 전국 물류센터에 안전점검을 위한 기획 근로감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역시 대전물류센터에 전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사망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류센터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며 "꼭 CJ대한통운 물류센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트레일러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을 만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세 명의 노동자들은 모두 다른 원인으로 사망했다.

CJ대한통운이 모든 사고 발생 원인을 예측해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그동안 사고에서 ‘재발 방지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CJ대한통운을 비난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고 이전에도 택배 물류센터의 작업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제기됐다. 

더욱이 소중한 인명을 앗아가는 사고가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불과 석 달 사이 3건이나 발생했다는 점에서 CJ대한통운이 더이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앞서 일어났던 두 차례의 사고 당시에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번의 약속이 공허한 울림이 되고 또 다른 사망자가 발생한 이상 이제는 박근태 사장이 직접 나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CJ대한통운은 택배시장의 49%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1위 택배 사업자다. CJ대한통운을 이끌고 있는 박 사장의 위치는 단순히 한 곳의 택배회사 사장이 아니라 택배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다. 

박 사장이 직접 나서 택배 물류센터의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한다면 그 약속은 회사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보다 업계 전체에 훨씬 커다란 무게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미 일어난 인명사고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앞으로 일어날 사고를 완벽하게 방지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박 사장이 책임을 지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대책을 직접 고민하고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