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찬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체질 개선을 꾀한 데 이어 본격적으로 순이익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3분기 누적 순이익 1292억 원을 거둬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KB생명과 하나생명, NH농협생명 등 경쟁관계에 있는 금융지주 계열 생명보험사들의 순이익이 뒷걸음질하는 것과 달리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NH농협생명은 3분기 누적 순이익 268억 원을 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후퇴했다.
KB생명은 3분기 누적 순이익 13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2.45% 줄었고 하나생명도 같은 기간에 10.79% 감소한 124억 원을 냈다.
NH농협생명과 KB생명, 하나생명 등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초회 보험료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및 변액보험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력 보험상품을 바꾸면서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험설계사와 대리점, 방카슈랑스 등 영업채널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수수료와 사업비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신한생명은 이 사장이 2016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곧바로 포트폴리오를 조정을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대비한 만반의 채비를 사실상 갖췄다.
신한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2015년 말 22%였지만 2016년 말 12%로 낮아진 뒤 지난해 말 5% 수준까지 떨어져 생명보험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저축성보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에 신한생명 순이익은 2015년 1천억 원, 2016년 1510억 원, 2017년 1210억 원 등으로 들쭉날쭉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두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장은 2016년 3월에 취임한 뒤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적 부문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다져진 내실을 바탕으로 수익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 175.4%까지 낮아졌던 지급여력(RBC)비율도 올해 9월 기준 197.4%로 개선되면서 나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평균치(263.3%)과 비교하면 아직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지만 자체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데다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한생명과 합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종의 ‘안전판’도 마련됐다.
신한금융그룹 순이익 기여도도 높아지면서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그룹의 비은행부문을 대표하는 계열사 입지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신한생명 순이익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4%에서 올해 9월 기준 5%로 1%포인트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사장이 신한생명 체질 개선에 따른 과도기를 넘어 순항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신한금융그룹의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던 이 사장 개인에게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