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10-28 16:41:25
확대축소
공유하기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이 효성의 유상증자에서 어떻게 지분을 정리할까.
조 총괄사장이 앞으로 계열 분리를 감안한다면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의 지분 등은 효성 지분과 맞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
28일 업계에 따르면 조 총괄사장이 이번 유상증자에서 어떤 회사의 지분을 털어내고 남겨두는지를 두고 보면 향후 계열 분리에 관한 밑그림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11월28일부터 12월17일까지 현물 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효성은 조현준 효성 회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지주회사인 효성은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 4개 사업회사의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그 대가로 효성의 신주를 발행해 준다.
이는 사업회사들의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작업이지만 동시에 조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공개매수에는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최대주주들 정도만 공개매수에 참여한다.
효성 역시 이번 청약 및 신주 배정의 대상을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주주 가운데 공개매수 참여에 응한 주주들로 한정했고 이 가운데 조 회장 등 효성의 지배력 확보가 중요한 총수 일가 일부가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이 들고 있는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지분 모두를 효성 주식과 맞바꾼다면 조 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31.1%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는 14.59%다.
아직 조 회장이 사업회사들 지분 전부를 효성 주식과 맞바꿀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조 회장의 목표가 ‘효성의 지배력 완성’일 것임을 고려한다면 조 회장은 대부분의 지분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조현상 총괄사장의 선택이다.
조 총괄사장은 효성을 비롯해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의 지분을 각각 12.21% 보유하고 있다.
효성이 맏형인 ‘조현준 회장체제’로 굳혀지고 있는 가운데 시기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조 총괄사장이 독자 경영이 가능한 일부 사업을 떼어내어 계열 분리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효성그룹의 전통과 무관치 않다. 효성은 ‘장자 승계 원칙’이 강한 그룹이다.
효성그룹은 과거 1세에서 2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도 계열 분리를 진행했다.
효성그룹 창업주인 조홍제 명예회장은 1980년 효성그룹의 계열 분리를 진행하면서 효성의 알짜사업은 모두 첫째 아들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게 물려주고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을 각각 둘째 아들 조양래 회장과 조욱래 회장에게 물려줬다.
이런 전례를 비춰볼 때 조 총괄사장이 현재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수입차 딜러사업 더클래스효성과 함께 앞으로 효성첨단소재나 효성화학을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효성그룹에서 조 회장은 섬유와 정보통신 등의 부문을, 조 총괄사장은 산업자재와 화학 등의 부문을 이끌어왔다. 지금껏 조 회장과 조 총괄사장 사이에서 사업 영역을 놓고 경영 개입이 이뤄진 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회장은 2007년부터 섬유PG장에 올라 스판덱스를 주력제품으로 효성의 외형을 키웠다.
조 총괄사장은 2011년부터 효성의 산업자재PG장을, 2014년부터 화학PG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맡았다.
조 총괄사장은 산업자재PG장이 되기 전인 2000년대부터 산업자재부문의 주력제품인 ‘타이어코드사업’에서 존재감을 보여왔다.
조 총괄사장은 2002년에 세계 최대 타이어제조기업인 미쉐린으로부터 미국에 있는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해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했고 이후에도 굿이어로부터 타이어코드 공장 4곳을 인수해 효성이 세계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 총괄사장이 이번 유상증자를 두고 어떤 설계를 했는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만약 조 총괄사장이 산업자재사업이나 화학사업을 독자경영한다는 큰 그림을 안고 있다면 굳이 이번에 효성첨단소재나 효성화학 지분을 효성 지분과 맞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
훗날 조 총괄사장이 효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효성첨단소재나 효성화학 지분을 다시 사들여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의 계열 분리는 사실상 중장기적 과제이고 효성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하나의 지주사체제 아래 계열회사들이 함께 운영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조 총괄사장이 총괄사장을 맡은 지도 4개월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조 총괄사장이 이번 유상증자에서는 크게 나서지 않는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