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지사는 공정위의 공공부문 입찰담합 조사권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정위의 입찰담합 사건 조사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직접 조사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사건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려 분쟁이 장기화되고 징계 수위도 낮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피해가 커진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경기도는 공정위가 담합 사건을 조사해 처분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0년 20개월에서 2016년 9월 기준 35개월로 계속 길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입찰담합을 이유로 공공입찰 참여를 제재한 회사 132곳 가운데 68.9%(91곳)이 6개월 이하 제재만 받기도 했다.
이를 감안해 경기도는 2015년부터 공정위에 입찰담합을 비롯한 불공정 거래의 조사권과 분쟁 조정권 등을 시도지사에 위임해 줄 것을 요청해 왔지만 지금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지사가 취임 이후 첫 일성으로 공정경제를 앞세우면서 입찰담합 조사권 등을 공정위로부터 위임받기 위한 준비 작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 지사는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고 불공정 거래를 근절해 갑횡포를 원천적으로 막는 공정경제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직도 개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 거래와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공정소비자과를 신설했다.
최근 공정위와 입찰담합 조사에 서로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도 이끌어냈다. 곧이어 공공부문 입찰에 관련된 담합 신고를 받아 조사할 권한을 시도지사가 위임받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 건의안을 공정위에 냈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신고권과 조사권이 시도지사에 위임되면 지자체의 역할도 단순 협조에서 감시와 감독으로 넓어져 입찰담합 방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중복신고 문제를 막기 위해 공정위가 시도지사에게 조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도 건의안에 넣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공정위에서 시도지사에 조사감독권 일부를 위임하는 것을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점을 기대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직후보자 시절 “정부의 행정규율을 공정위가 전부 맡지 않고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자체가 하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에 가맹점분야의 정보공개서와 관련된 등록, 관리, 과태료 부과와 분쟁 조정 업무를 2019년부터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에 시범적으로 위임할 것을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와 경기도의 업무협약식에서 조사권 위임을 건의한 이 지사에게도 “공정거래와 관련된 법률 집행에서도 지방분권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공정위 내부에서는 가맹점의 분쟁 조정권과 입찰담합 조사권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이 지사가 협조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지사가 건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가맹점의 분쟁 조정은 양쪽을 중재하는 사안이지만 입찰담합 조사는 증거를 직접 찾아야 하고 문제가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 사례도 많아 함께 비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가맹점의 분쟁 조정권 이양에 대체로 합의했던 것과는 달리 공정위의 입찰담합 조사권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는 방안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시도지사에게 불공정 거래 행위의 조사권을 주는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지금까지 국회에 머물러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시도지사에게 공정위의 조사권과 고발 요청권을 주는 것은 시기상조이자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