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면서 111일을 끌었던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으로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4일 오전 11시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가 시작되자 1430원대까지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시장에 안도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8년 전과 다르다, 환율 1500원 갈 수도" 외환시장 진짜 변수는 트럼프 관세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탄핵 인용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에도 환율 안정세를 낙관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이날 헌재 탄핵심판 선고 뒤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탄핵 이슈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오늘로 끝났다”며 “지금 외환시장을 지배하는 건 미국의 관세정책”이라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단기적 관점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환율의 향방은 관세조치를 비롯한 미국의 정책적 선택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바라봤다.

국내 정치 변수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한 요인이지만 글로벌 경기를 비롯한 대외 경제·금융시장 여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과거 대통령 탄핵 전후와 외환시장 상황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세계 제조업이 ‘21세기 최고 호황기’를 이어가면서 세계 경제뿐 아니라 한국 수출경기가 상승세를 지속했다. 산업부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국 총수출액은 반도체와 철강, 석유화학 수출 호조로 전년보다 15.8% 증가했다.

글로벌 유동성 증가, 한국 경제성장에 관한 긍정적 전망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코스피지수도 2017년 한 해 동안 21.8% 상승했다.

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선고가 있었던 2017년 3월10일 전후 원/달러 환율은 선고 당일 1156원 수준에서 3월 말 1116원 수준으로 하락했고 2017년 연말에는 환율이 1000원대로 더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8년 전과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글로벌 정치·경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연구원도 미국의 관세조치 등 대외변수가 크다는 점을 짚었다.

박 연구원은 “일단 탄핵 선고가 났기 때문에 국내 정치 불안 때문에 환율이 올랐던 부분은 많이 해소가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 관세 문제, 국내 경기 펀더멘털 등 환율 상승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아래로 내려오는 건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상승할 가능성도 여전히 잠재해 있다고 봤다.

그는 “만약에 트럼프 정부와 세계 각국의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트럼프가 계속해서 강경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 이전 환율 상승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8년 전과 다르다, 환율 1500원 갈 수도" 외환시장 진짜 변수는 트럼프 관세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한국산 제품에 상호관세 25%를 매기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3일 수입물품에 기본관세 10%를 부과하고 미국의 무역수지가 큰 적자를 보이는 특정 국가에는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에는 예상했던 관세율(20%)보다 높은 25%가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상호관세 충격의 여파도 크겠지만 이번 조치가 보편관세(10%)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미국이 보편관세 정책을 시행한 것은 1930년 대공황 시기와 1971년 닉슨 행정부의 금태환(달러를 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제도) 전면중단 조치 때, 단 두 번뿐이었다. 모두 세계 경제가 크게 침체했던 시기로 이번 트럼프 관세조치의 파장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이번 발표에서 관세가 면제됐던 반도체와 의약품 등 품목에도 매우 가까운 시일 안에 관세부과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도체 등 수출업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앞으로 경기상황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경제가 침체되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원화 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에는 탄핵 인용 결정에도 정치적 갈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환율 전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원/달로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 국제금리 하락 등 요인으로 당분간 미국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그렇게 보면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박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아래로 내려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상호관세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급격한 하락을 예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로 간다면 다시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갈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5원 하락한 1450.5원에 장을 출발해 11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뒤 1430.4원까지 내렸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4일 오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로 11시22분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