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이 업무용이나 상업용 대형 건물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거듭 요구했다.
대형 건물의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의 절반을 밑돈다는 것이다.
17일 정 의원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손잡고 2017년 1월 이후 매매된 서울의 대형 건물 가운데 2천억 원 이상으로 거래된 건물들의 실거래가격과 시가표준액(공시가격)을 비교해 살펴본 결과, 시가표준액이 실거래가격의 44.9%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용과 상업용 건물의 시가표준액은 토지시가표준액(공시지가)에 행정안전부에서 별도로 고시하는 건물시가표준액을 더한 것을 말한다.
정 의원은 2천억 원 이상으로 거래된 건물 가운데 매각가격 기준 상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건물을 대상으로 실거래가격과 시가표준액을 비교했다.
2천억 원 이상으로 거래됐지만 시가표준액을 조회할 수 없는 건물은 분석대상에서 뺐다.
정 의원이 분석한 건물들의 매각가격을 모두 합치면 4조1363억 원에 이르렀지만, 이 건물들의 시가표준액은 1조8567억 원으로 집계돼 시세 반영률이 44.9%에 머물렀다.
가장 비싸게 매각된 건물은 부영에서 사들인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을지로 사옥으로 8932억 원에 팔렸다. 그러나 이 건물의 시가표준액은 4416억 원으로 확인돼 시세 반영률 49.4%에 그쳤다.
두 번째로 비싸게 팔린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처타워도 실제 매각가격은 7260억 원이었지만 시가표준액은 3306억 원에 그쳐 시세 반영률 45.5%에 머물렀다.
서울 종로구 더케이트윈타워는 시세 반영률 24.9%로 확인돼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 건물의 실거래가격은 7132억 원인 반면 시가표준액은 1778억 원에 불과했다.
서울 중구 삼성화재 을지로 본관은 시세 반영률 63.2%로 집계돼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건물의 실거래가격은 4380억 원, 시가표준액은 2767억 원이었다.
정 의원은 “대형 건물별로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을 비교한 시세 반영률 차이가 지나치게 큰 점을 보면 공시가격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형 건물의 시세 반영률을 현재 보유세 강화가 이뤄지고 있는 아파트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건물도 고가 단독주택과 마찬가지로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의 50% 이하로 책정되는 등 시세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공시가격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