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군 대령이 국방부 장관에 맞서 공개적으로 벌인 '거짓말 공방'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100기무부대장인 민병삼 대령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위수령 문건’에 관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반박하며 정면 대립한 것을 놓고 단순한 하극상을 넘어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조직적으로 기무사 개혁에 저항을 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늘Who] 기무사 대령 민병삼은 왜 계급장 떼고 송영무 들이받았나

▲ 민병삼 대령.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따르면 민 대령은 25일 이 프로그램과 전화통화에서 ‘아직 군인 신분인 대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묻는 자체가 하극상일 수 있다'는 지적에 “진실을 말하는 것이 하극상이라면 대한민국에 있는 어느 군인이 상관에게 옳은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이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 국회 국방위에서 송 장관에게 내놓은 태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그는 “군인정신에 따르면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거니까”라고 덧붙였다.

다만 민 대령은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TF)가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뜻으로 만들어진 만큼 태스크포스의 결정은 그것이 기무사를 해체한다는 결정이라 하더라도 따르는 것이 맞다는 태도를 보였다.

민 대령은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는 청와대 지시로 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군인으로서 그 태스크포스에서 나온 결과에 따라야 하는 게 맞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에서 결정된 사항은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민 대령이 “7월9일 간담회에서 위수령과 관련해 송 장관에게 보고를 했으나 송 장관이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하자 송 장관이 이를 부인하면서 진실공방이 불거졌다.

민 대령은 그 전날인 23일 전역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육군사관학교 43기 출신으로 1987년 소위로 임관한 뒤 쭉 군 생활을 해왔다. 36년의 군 생활 가운데 25년을 기무사에서 근무했다.

4반세기를 몸담은 기무사를 떠나는 마당에 평생 일군 모든 것을 담아 항명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 대령 개인의 소신이나 판단이 아니라 기무사 기존세력의 뜻을 담은 조직적 움직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기무사 장교들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송 장관에게 항명을 한 것은 기무사 해체를 막아보려는 전략적 계획”이라며 “송 장관을 망신 줘 기무사 개혁 논의, 더 나아가 국방개혁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고 송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허물려는 것”이라고 봤다.

기무사가 개혁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위해 ‘거짓말 프레임’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조직적 저항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기무사 계엄 문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무사 관계자의 사후보고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부추기는 폭로를 내놓고 일부 야당이 이에 편승하는 모습을 볼 때 기무사 개혁에 반대하는 조직적 저항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폭로의 진정성을 되짚어봤다.

그는 “윗선의 지시란 이유로 국민을 짓밟으려는 계획을 문건으로 작성할 때는 없었던 양심이 정권이 바뀌고 전역을 신청한 뒤에 새삼스럽게 생겨난 것인지 묻고 싶다”며 “기무사의 공개 하극상을 지켜보니 국방개혁의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학교 교수도 YTN과 인터뷰에서 “송 장관의 위수령 발언이 담긴 보고서가 기무사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진실공방의 증거로 삼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혹시 이것이 본질을 비껴나가서 기무사 개혁을 희석하려는 일종의 송 장관 흔들기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계엄령 문건이 공개된 뒤 여러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국회 국방위에서 진실공방까지 벌어져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며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의 보고 뒤 송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의 잘잘못을 따져 책임의 경중을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기무사 개혁 태스크포스가 이미 검토를 많이 한 만큼 논의를 집중해 기무사 개혁안을 서둘러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