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호텔롯데, 신세계조선호텔.

이 회사들이 삼성그룹,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매출 비중도 낮으며 그렇다고 영업이익률이 높아 수익을 안겨주는 곳도 아니다.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조선호텔,  오너가 호텔 직접 챙기는 까닭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그러나 세 회사 모두 오너일가가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거나 과거 오랫동안 직접 몸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장남 정해찬씨가 신세계조선호텔에 인턴으로 입사해 근무 중이다. 정씨는 현재 다른 인턴들과 마찬가지로 객실과 예약 등의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정씨의 고모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근무했던 곳이기도 하다. 정 총괄사장은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에 상무보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 뒤 2009년까지 15년 가까이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일했다.

국내 주요 그룹에서 호텔 계열사에 몸 담았거나 몸 담고 있는 오너일가를 많이 볼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하며 재계에 발을 내디뎠다. 신 이사장은 2016년 검찰 수사의 여파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40년 넘게 호텔롯데에 재직했다.

신 이사장의 딸 장선윤 전무 역시 호텔롯데에 근무하고 있다. 장선윤 전무도 1997년 호텔롯데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역시 1973년부터 2016년까지 호텔롯데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으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한때 호텔롯데 사내이사였다.

현재에도 롯데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신동빈 회장이 직접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은 아예 대표이사까지 직접 맡아 호텔사업은 물론 면세점사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한 뒤 2001년 호텔신라로 자리를 옮겼다. 부장을 시작으로 2005년 상무, 2009년 전무로 승진했고 2011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금은 물러났지만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사장도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서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을 이끌었다.

조 전 사장은 최근 다시 칼호텔네트워크 사내이사에 다시 이름을 올리며 복귀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주요 그룹에서 오너일가가 호텔사업을 직접 챙기는 이유는 오너의 결단력이 필요한 일이 많은 데다 비용이 많이 들어 전문경영인이 챙기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호텔사업은 부동산 등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인건비 비중이 워낙 높아 그룹 주요 계열사 중에서도 영업이익률이 가장 낮은 편이다. 국내 호텔시장의 양강인 호텔롯데와 호텔신라 모두 호텔사업에서 내는 적자를 면세점사업이 메우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경기를 많이 타 실적 불확실성도 매우 높다. 국내 경기뿐 아니라 여행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경제, 국제유가, 환율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조선호텔,  오너가 호텔 직접 챙기는 까닭

▲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스테이와 신라호텔.


실적이 악화하더라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은 계속 크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 국내외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때마다 호텔 매물이 가장 먼저 시장에 나온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팔겠다고 내놓은 특급호텔이 수두룩했다.

특히 호텔사업은 원활한 영업을 위해 주기적으로 시설의 개보수가 필요하다.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고 개보수 기간에 휴관 등으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호텔신라가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전통 한옥호텔 역시 이부진 사장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엎어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경영인이 한 사업을 7년 가까이 뚝심있게 밀어붙이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다만 전문성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낙하산' 통로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딸 박세진씨가 경영에 참여한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금호리조트에 상무로 입사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도 호텔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지난해 4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