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주택 공급에서 선분양과 후분양 어떻게 하고 있나

▲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 일부 선분양이 진행되는 사례도 있다.

주요 선진국처럼 후분양 방식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게 옳을까 아니면 신흥국처럼 아직 선분양 위주의 시장을 유지하는게 맞을까.

정부가 14년 만에 후분양제 로드맵을 다시 발표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분양제도는 선분양, 외국은 후분양으로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금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법제도로 선분양을 못박고 있지 않으며 사업자가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 국가도 후분양을 법적으로 의무화하지 않았고 상황에 따라 선분양이 이뤄지기도 한다.

미국은 후분양과 선분양 등 주택 공급 방식의 정형화된 틀이 없고 사업자 자율에 맡긴다. 단 분양권 전매는 금지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주택사업에서 민간 사업자가 자금 조달을 위해 선분양을 하는 일이 있다. 선분양으로 주택 가격의 20~30%를 확보하며 선분양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자금을 대출받는데 분양 흥행 정도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진다.

캐나다에도 착공 전에 주택 가격의 10%를 보증금으로 내는 선분양 제도가 있다. 계약보증금은 별도 관리돼 공사비로 사용할 수 없고 중도금은 별도로 없다는 점이 우리와 다른 부분이다.

캐나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선분양 결과에 따라 사업자의 금융 조달 조건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선분양을 할 때 분양가 할인, 모기지 알선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영국도 캐나다와 비슷한 선분양제가 있다. 1990년대부터 선분양제도가 활성화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인기있는 부동산 투자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선분양 계약자의 선호를 반영하는 맞춤 설계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점도 영국과 캐나다의 독특한 점이다.

일본은 단독주택은 후분양을 하지만 아파트는 시장 수요가 많으면 선분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양권 전매는 금지돼 있다.

일본도 중도금이 없어 건설사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동산 투자신탁(리츠), 부동산 증권화 등으로 자금을 확보한다. 사업이 지역 환경정비에 기여하고 주택공급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저금리 공적융자를 받을 수도 있다.

호주에도 오프더플랜이란 이름의 선분양제도가 있다. 설계도면만 보고 총 금액의 10%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 잔금은 완공 후에 지불한다. 이 때 계약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사업자가 아닌 계약자가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미 충분한 주택 공급이 이뤄진 선진국은 아무래도 후분양을 위주로 하고 선분양은 일부에만 제한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많이 필요한 신흥국은 선분양이 조금 더 보편적이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선분양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주체의 부도나 파산 등 분양 계약자의 재산권 피해가 발생하자 2015년부터 한국의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같은 보증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도 비슷하다. 선분양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2015년 주택법을 제정해 분양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자본금 부족으로 별도 기관을 설립하지 않고 중앙은행이 지정한 은행에서 보증을 발급한다.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2008년 이후 꾸준히 100%를 상회하고 있다.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한 선분양보다 후분양으로 주택시장의 무게추를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인 110%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아직은 선분양이 유효하다는 시각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통계인 인구 1천명당 주택 숫자도 2015년 기준 383호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 미국 419.4호(2015년), 영국 434.6호(2014년), 일본 476.3호(2013년) 등 주요 국가는 1천명당 주택 수가 400호를 넘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