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새 고용노동시스템에 대한 대기업의 협조를 요청했다. 방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정비, 정년 연장 등을 새 시스템의 초석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현실적 부담을 호소하며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삼성처럼 해달라" 방하남의 요청에 기업들 볼멘소리  
▲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방 장관은 14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주요 기업 사장단 및 고위임원 간담회'에서 "급속한 고령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경제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신 고용노동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정비, 정년 연장 등의 현안 해결은 새로운 '고용노동시스템' 구축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 장관은 삼성, 현대차, LG, SK, 한화그룹 등 이날 참석한 주요 기업의 사장단 및 고위 임원들에게 고용노동 현안에 대한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다.

 장관은 우선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 방안을 마련해 4월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려고 한다""근로시간 단축이 안착할 수 있도록 설비투자, 근로자 능력개발 등 생산성 향상에 힘써 달라"고 말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근로자의 삶의 질이 개선돼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방 장관은 또 이를 통해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라 본다. 방 장관은 지난 1월에도 올해 최고 목표를 일자리 창출에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이날 근로시간 단축을 언급하며 재차 협조를 요청한 것은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올리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방 장관은 또 "노사가 협의해 통상임금을 정비하고 임금 체계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기본급 중심으로 임금 구성을 단순화하고 직무 가치와 근로자의 능력·성과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 전환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유지·창출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년 연장과 관련해서 삼성전자의 사례를 들며 협조를 요청했다. 방 장관은 "고령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준비해야 한다""정부 지원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60세 정년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세대 보호에도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성전자는 지난달 기존 55세였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55세가 넘어서면 매년 연봉을 10%씩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정년 연장법'에 따라 직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의 정년이 2016년부터 60세로 연장될 예정이지만, 삼성전자는 법보다 2년 먼저 정년연장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처럼 해달라" 방하남의 요청에 기업들 볼멘소리  
▲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주요 기업 사장단 및 고위임원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방 장관의 이런 요청에 대해 대기업 임원들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개별기업의 특성에 맞춰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외부요인이 실적과 직결되는 업종이나 공장 운영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업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임원들은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년 연장을 할 경우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방 장관이 오는 4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장 대한상공회의소는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단계적 시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근로시간이 일시적으로 줄게 되면 기업이 생산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규모별로 6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