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업DNA를 이어받았음을 보여줄까?
정 부사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할 기회로 중동 합작조선소 건설사업과 현대글로벌서비스 사업이 꼽히는데 이 두 사업 모두 올해 본격화한다.
▲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
22일 아랍뉴스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작 조선소 IMIC(International Maritime Industries company)가 일부 공사되기 시작했다.
IMIC는 현대중공업과 아람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 아랍에미리트의 시추생산설비 제작회사 람프렐이 투자해 세우는 합작 조선사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 지분은 아람코 50.1%, 람프렐 20%, 바흐리 19.9%, 현대중공업 10% 정도다.
람프렐은 16일 사우디산업개발기금으로부터 37억5천만 사우디리얄(1조600억 원)을 대출하기로 확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를 착공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IMIC를 몇 개 구획으로 나눠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람프렐이 맡은 구획이 일부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아람코 등은 이 조선소를 짓는 데 2021년까지 모두 5조 원 정도를 투입해 해양시추설비 4기, 초대형원유운반선 3척, 기타 선박 40여 척 등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짓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조선소의 생산능력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대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IMIC를 발판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되는 선박에 수주 우선권을 확보하고 조선소 운영에 참여해 여러 부가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전무 시절부터 이 조선소를 세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수차례 방문해 실무협상을 지휘하는 등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나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합작 조선소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정 부사장이 이 사업을 직접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 부사장은 2016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람코 경영진을 만날 때 직접 은으로 만든 거북선도 준비했다고 한다. 은 거북선은 정 명예회장이 특별한 손님을 만날 때 주던 선물인데 그가 이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 부사장은 이런 과정에서 알 나세르 아람코 사장으로부터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 부사장에게 사우디라아비아 합작 조선소 사업은 경영능력을 입증할 기회인 셈이다.
정 부사장은 올해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서 경영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의 100% 자회사인데 선박엔진부품을 공급하고 선박을 정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그동안 선박을 인도한 뒤 1년까지만 정비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을 인도 후 폐선할 때까지 정비해주는 것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선박 정비 서비스를 확대하면 현대중공업 수주 경쟁력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일부 조선사는 선박 정비 서비스를 오랜 기간 제공하는 옵션도 붙여 선박을 수주하고 있는데 현대글로벌서비스도 이런 전략을 펴면서 현대중공업이 선박을 수주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 부사장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선박 정비 서비스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하는 선박에 제공하며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