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기덕 감독.
감독은 어떨까? 그의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주로 매춘부로 등장한다.
7일 영화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성폭력 의혹 여파로 개봉이 무기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6일 방영된 MBC 'PD수첩'에서는 여배우 3명이 김 감독과 배우 조재현씨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영화 '뫼비우스'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A씨는 김 감독이 연기 지도라는 명목으로 성관계를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가 영화에서 하차했다. B씨 역시 김 감독의 성적 발언에 자리를 피했다가 캐스팅이 무산됐다.
마지막 증언자로 나온 여배우 C씨는 영화 촬영을 위한 합숙소에서 김 감독과 배우 조재현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C씨는 “김 감독과 조재현씨, 조재현씨의 매니저까지 하이에나처럼 찾아와 방문을 두드렸다”며 “계속 겁탈하려고 하고 그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영화보다 그게 목적 같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8월에도 뫼비우스 촬영 중 여배우의 뺨을 때리고 베드신을 강요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베를린영화제에서 신작을 공개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는데 또 다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김 감독의 영화는 고질적으로 여성을 비하한다는 논란을 빚어왔다.
첫 영화 '악어'는 '강간 영화'라는 혹평을 받았고 대표작 ‘나쁜 남자’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강제로 매춘부로 만든다.
‘사마리아’에서는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이 스스로를 바수밀다라고 부르며 매춘을 옹호한다. 바수밀다는 그와 관계를 한 남자들이 모두 독실한 신자가 되는 인도의 신화적 인물이다.
‘파란 대문’은 한 지붕 아래서 사는 매춘부와 여대생의 이야기를 다룬다. ‘섬’의 여주인공은 낮에는 낚시꾼들에게 음식을, 밤에는 몸을 팔며 살아간다. 그는 남자 주인공이 자살을 시도하자 섹스로 치유한다.
이번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에서도 여자 주인공은 영화를 시작한 지 30여 분만에 남자 5명에게 강간을 당한다.
영화적 테마는 주로 구원이며 여성의 성이 수단이 된다. 구원받는 대상은 대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남성이다.
이렇다 보니 김 감독의 영화는 여성의 육체와 주체성을 가학적으로 소비하고 구원이라는 추상적 주제를 위해 희생한다는 공격을 받아왔다. 반면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인 김 감독을 상대로 한 주류 문화계의 푸대접이라는 반발도 있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김 감독의 영화를 두고 원래부터 말이 많긴 했지만 여성을 향한 폭력을 냉소적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보기도 했다"며 "하지만 꿈보다 해몽이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PD수첩 제작진에게 문자를 보내 “영화감독이라는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다"며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지만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성폭력 의혹에 반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