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최근 주주제안을 통해 오철호 숭실대학교 행정학부 교수와 황덕희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를 KT&G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기업은행은 국민연금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KT&G의 2대 주주다.
기업은행은 KT&G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백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사외이사를 추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백 사장의 연임도 반대하고 있다.
두 후보의 선임은 3월 주총에서 결정되지만 이사회에서 두 사람의 선임 안건을 주총에 상정할지를 놓고 논의가 이뤄진다.
상법상 주주제안은 그 내용이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지 않는 한 주총 안건으로 올라가도록 규정하고 있다.
KT&G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는 모두 10명의 이사를 둘 수 있다. 현재 이사회는 백복인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해 2명의 사내이사, 6명의 사외이사 등 모두 8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6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1명은 이번에 임기가 끝난다.
기업은행은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후임으로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거나 이사 수를 늘려 추천 후보 2명을 모두 수용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KT&G가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후임으로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가 아닌 다른 인사를 후보로 올리거나 기존 사외이사의 연임을 결정하면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
KT&G가 기업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사를 늘려 사외이사를 모두 7명으로 구성하고 이 가운데 2명을 기업은행이 추천한 인사로 꾸리면 KT&G 입장에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의 선임과 해임이 결정되는 일이 대부분이라 사외이사의 입김이 그만큼 세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권이나 KT&G처럼 오너가 없는 기업은 사외이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금융권에서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KB금융 노조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T&G가 아예 이사 수를 대폭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이 추천한 2명을 모두 선임하되 전체 이사 수를 늘려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인사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사회의 축소와 확대는 종종 외부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이사회 구성원 수와 정관에 나와있는 정원의 차이가 클수록 외부에서 이사회 진출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칼 아이칸은 2006년 2월까지 KT&G 지분 6.6%를 사들인 뒤 2006년 3월 KT&G 주총에서 임기 3년의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도록 했다. 이 사외이사는 2년 뒤인 2008년 물러났고 KT&G는 이듬해 3월 주총에서 15명이었던 이사회 정원을 당시 이사 수에 맞춰 12명으로 줄였다.
KT&G는 2011년 다시 정관변경을 통해 대표이사 1명과 11인 이내의 이사로 정하고 있는 이사회 정원을 10명으로 축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