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19일 실시된다.

인수후보로 뛰고 있는 호반건설의 전략이 이미 공개된 상황에서 중국계 투자기업인 엘리언홀딩스의 베팅 규모에 따라 대우건설의 운명이 결정될 공산이 크다.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 임박, 산업은행 셈법 복잡해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KDB산업은행이 최악의 경우 이번에 대우건설 매각을 철회하는 결정을 할지도 주목된다.

17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최근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산업은행에 뜻밖의 제안을 한 것이 본입찰의 변수로 부각할 수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지분 40%를 우선 인수한 뒤 나머지 지분을 2~3년 뒤에 사들이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반건설은 지분 40%의 초기 인수비용으로 1조2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일부 지분을 소유하게 되면 대형건설사 인수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뿐 아니라 인수 초기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호반건설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은행은 지분을 한꺼번에 매각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17일 열린 매각위원회에서 대우건설 보유지분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허용할지 여부를 논의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본입찰이 실시된 이후 지분 분할매각 등을 놓고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 지분 40%를 먼저 판 뒤 나머지 지분 10.75%를 2~3년 뒤에 더 좋은 가격에 팔게 되면 손실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호반건설의 제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1조2천억 원에 지분 40%를 넘기는 것은 현재 주가를 놓고 봤을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 졸속매각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계 기업의 대우건설 베팅 규모에 따라 호반건설 제안의 수용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중국계 투자기업 엘리언홀딩스는 지난해 말부터 대우건설 인수후보로 급부상했는데 중국국영투자회사인 CNIC코퍼레이션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CNIC코퍼레이션은 중국 외환관리국이 두 개의 자회사를 통해 지분 90%를 소유하고 있다.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 임박, 산업은행 셈법 복잡해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실상 중국 정부가 대우건설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인데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가격을 얼마나 제시할 것인지가 산업은행의 판단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언홀딩스가 호반건설과 비슷한 수준의 인수금액을 써낼 경우 문제는 단순해진다. 국내기업에 대우건설을 매각하는 것이 여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중국기업을 인수후보에서 제외한 뒤 호반건설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산업은행이 2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매각을 보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엘리언홀딩스가 산업은행이 기대하는 수준의 인수가격을 써낸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일단 중국기업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공능력평가 3위의 대형건설사를 중국기업에 매각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도 중국기업인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해외기업 매각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제시한 가격에 대우건설을 매각하게 되면 헐값 및 졸속매각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중국기업에 파는 것도 국부 유출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중국기업의 베팅 규모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