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다음 회장 최종후보군이 지난 회장 선임절차와 비교해 유효경쟁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여전히 김정태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왼쪽부터)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최범수 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이번 최종후보군에는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전직 하나금융 출신인 김한조 전 행장과 외부출신 인사인 최범수 전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2015년 2월 발표된 하나금융 차기 회장 최종후보군의 경우 김정태 회장과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 등 내부인사들로만 추려졌다.
장승철 사장은 중간에 잠깐 은행에서 일한 경력이 2년도 되지 않고 26년을 증권사에서 일한 증권맨으로 알려진 인사였다. 정해붕 전 사장 역시 김정태 회장에 대적할 만한 인사로 보기는 힘들다고 평가됐던 만큼 당시 최종후보군이 나왔을 때 김정태 회장의 연임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많았다.
이번 하나금융 최종후보군에는 외부출신 인사가 고루 섞여 구색을 갖췄음에도 여전히 김정태 회장이 유력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하나금융 안에서 강력한 입지를 갖고 있는 김정태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내부인사들이 회장 자리에 뜻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없었을 것이고 외부인사 역시 이 판세가 많이 기울어져 있는 경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한 후보는 “괜히 도전했다가 망신만 당할 것 같아 거절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 박병원 전 은행연합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 거물급 인사로 꼽히는 후보들은 일찌감치 하나금융 회장 후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최범수, 다크호스로 떠오르나
최근 하나금융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김 회장과 함께 후보에 뽑힌 이들이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수차례 하나금융에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셀프연임이 가능한 경영승계 절차를 만들라고 요구한 데 이어 최종후보군을 추리기 위한 인터뷰 기일에 임박해서는 절차를 늦추라고 권고했다.
하나금융 노동조합은 김정태 회장의 두 번째 연임을 반대하는 시위를 수개월째 계속 벌이고 있으며 18일 청와대 앞에서 김정태 회장을 조사하라는 기자회견까지 열기로 했다.
최 전 부사장은 ‘이헌재 사단’으로 꼽히는 인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무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 전 부사장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금융감독위원장을 맡았을 때 자문관으로 일하면서 금융회사 구조조정과 합병 업무를 진행했다.
국민은행과 신한금융지주 등 여러 금융회사에서 일해온 만큼 실무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연구위원이나 자문단에서 일하면서 쌓은 전문 금융지식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 전 부사장이 통합과정을 거치고 있는 하나금융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놓고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태 회장의 경남고 후배라는 학력사항이 알려지면서 최종후보군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이름을 올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은 외환은행 출신으로 외환은행의 마지막 25대 은행장이라는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2015년 조기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신임을 많이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력구도에서 밀려 결국 하나금융 부회장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퇴진했다는 말도 있었던 점을 미루어보면 김 회장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