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권 3세 승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한가운데에 세금 없는 부의 세습이라는 행태를 꼬집는 눈초리가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다. 2009년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이용한 편법·탈법 증여 논란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를 판결했다. 이명박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경영권 승계의 각종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면죄부를 받으며 사실상의 이재용 시대를 열어젖혔다.

  16억 증여세로 삼성 대물림의 마술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전은 1995년 이건희 회장이 재용씨에게 명목상 60억원을 증여하고 이가운데 16억원을 증여세로 납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재용씨 명의의 현금 44억원을 확보한 삼성그룹은 상장 예정 계열사 주식을 몇차례 인수해서 상장 후 처분하는 방식으로 1년 만에 6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에버랜드의 지배 지분을 만들어간다.

에버랜드는 특수관계인 주주만으로 구성된 비상장법인으로 자본금이 98억원에 지나지 않고 보유 부동산과 계열사 주식이 많은데도 자산이 낮게 잡혀있는 이른바 알토란 같은 존재였다.

에버랜드는 62.5%의 주식 지분에 해당하는 분량의 전환사채를 단돈 92억원에 재용씨를 대상으로 발행한다.

다음 단계가 삼성생명의 지분 확보였다. 삼성생명도 비상장법인인 점을 이용, 에버랜드와 같은 방식으로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해 소유 지배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의 전환사채 발행을 주주 소송으로 문제삼자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방식은 폐기된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을 에버랜드의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삼성생명 주식 전부를 헐값으로 에버랜드에 모아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재용씨는 에버랜드에 이어 삼성생명의 지배권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아울러 그룹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식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도 가지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삼성 일가가 국가에 납부한 세금은 최초 60억원의 증여에 대한 16억원이 전부다. 보통 사람이라면 고작 50억원대의 재산을 물려받는 데 필요한 16억원의 세금으로 한국 최고 대기업의 총수 지분을 새롭게 만들어낸 삼성에 대해 국민의 시선은 어떨까.

  16억 증여세로 삼성 대물림의 마술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계열사 운송 업무를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에 몰아주는 방식을 취했다. 글로비스는 설립 10년 만에 시가 총액 6조원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편법 대물림이라는 아우성이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이후 이같은 양상은 훨씬 심화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면서 계열사나 비계열사의 소유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하는 데도 제한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가치네트, 삼성에버랜드, 삼성자산운용, 삼성SDS, 서울통신기술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글로비스, 현대엠코, 이노션, 위스코, 오토에버시스템즈, 서림개발 등의 기업 가치는 최고 수백 배까지 뛰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대기업 집단이 이명박 정부 초기 3년 동안 제조업보다 비제조 서비스업 분야에 출자한 자금이 3배 이상 많았다. 이들은 비제조 서비스업, 건설과 부동산 임대업, 교육업, 출판과 영상, 운수창고업 등 주로 중소기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심지어 사옥에 커피숍과 빵집을 여는 등 돈되는 사업이라면 무엇이든지 나섰다.

결국 이같은 상속증여세 제도의 낙후성과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경영 승계권을 둘러싼 각종 행태는 국민적 반발을 불러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제도 시행공약의 단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각종 공약을 점차 폐기해가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