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기존에 본사가 주요전략을 제시하고 생산 및 판매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던 데서 권역별 관리사업부가 현지 전략, 생산, 판매 등을 통합운영하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사실상 본사의 권한과 책임을 권역별 관리사업부로 나누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올해 들어 해외출장을 통해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운영조직을 개편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2016년 9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는데 2017년 상반기 동안만 13차례나 해외출장길에 올랐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운영조직을 개편한 것은 현장경영을 강조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은 정 부회장의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해외시장을 직접 챙기는 한편 미래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기회를 찾는 데도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기아차가 본사의 역할 일부를 권역별 관리사업부에 맡기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치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점도 정 부회장 행보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운영조직을 개편하고 본사의 업무를 조정하면서 정 부회장의 승계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 미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판매부진을 겪으며 흔들린 해외사업을 안정화하면서 정 부회장이 미래차와 신사업부문에 집중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유럽 등으로 해외출장을 떠나면서 왕성한 현장경영 행보를 보였다. 고령의 나이였지만 최고경영자로서 현장을 직접 점검한 뒤 경영적 판단을 내려야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올해 들어 해외출장은 물론 국내 공식행사에도 모습을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정 부회장 운신의 폭을 넓혀주면서 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운영조직 개편을 통해 볼 때 정 부회장이 앞으로 현대차그룹 경영에서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회장이 상명하복식의 리더십으로 현대기아차 본사에 힘을 실었다면 정 부회장은 권역별 관리사업부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본사의 조정 및 관리역량을 끌어올리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9명의 부회장들을 통해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정 부회장은 이들을 그룹 및 각 계열사 현안을 다루기 위한 컨트롤타워를 활용할 수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새로 도입한 권역별 자율경영 제도는 토요타, 폴크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하지만 정 부회장이 승계를 앞두고 현대기이차가 조직체계를 급격히 바꾸면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