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판매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신에너지차 의무판매제도 도입시기가 늦춰진 점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관세가 되살아날 경우 판매부진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현대차 중국에서 판매회복 기회 잡아, 미국판매는 갈수록 꼬여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일 “현대차가 중국에서 판매를 회복할 가능성이 보인다”며 “반면 미국에서는 재고수준을 크게 낮추지 못할 경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9월 빅2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엇갈린 판매성적표를 받았다. 9월 중국에서 8월보다 60% 이상 늘어난 8만5천 대를 팔았다. 반면 9월 미국에서는 2016년 9월보다 14% 줄어든 5만7천 대를 파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중국 사드보복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신차출시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현대차가 9월 중국에서 출시한 신차 루이나 가격은 약 860만~1260만 원으로 경쟁차종으로 꼽히는 GM의 세일(약 1030만~1290만 원)보다 낮다. 

반면 미국에서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세단의 경쟁력 약화로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국과 미국에서 느끼는 온도차는 정책적인 요인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 

중국은 애초 2018년부터 신에너지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전기차) 의무판매제도를 시행하려던 데서 최근 2019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완성차회사들은 의무판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다른 회사로부터 크레딧을 구매해야 한다. 

중국이 2019년에 발생한 크레딧 부족분을 2020년까지 보충할 수 있게 하면서 사실상 신에너지차 의무판매제도를 기존보다 2년 늦게 도입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판매 중인 신에너지차는 전기차인 위에동EV 단 1종으로 중국이 예정대로 신에너지차 의무판매제도를 도입할 경우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있었다. 

임 연구원은 “중국이 신에너지차 의무판매제도 시행시기를 미루고 신에너지차 생산법인에 대한 지분 규제도 완화할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여유를 확보해 신에너지차 전략을 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미국에서 관세부담을 지게 될 수도 있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 수순을 밟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부문을 불공정 무역의 대표사례로 보면서 자동차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도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2012년에 발효된 뒤 미국은 4년 동안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다 2016년부터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2016년 미국에서 관세를 부담하지 않고도 실적악화를 겪은 점을 들어 관세보다 상품경쟁력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실적이 급락하는 이유는 세단 중심의 제품군과 픽업트럭 부재로 중고차 가격하락과 인센티브 증가의 악순환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에서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전가가 어려워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영업이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파악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년 미국에서 코나, 스토닉 등 소형SUV 신차와 싼타페, 쏘렌토 새 모델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연구원은 “제품경쟁력을 높인다면 관세 2.5% 수준의 가격전가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유무역협정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점차 해소될 수 있으며 결국 정책보다 상품성이 중요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