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용 화학소재 전문기업 디엔에프(DNF)가 고난도의 반도체공정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며 실적성장에 파란불이 켜졌다.

김명운 대표는 화학물질 연구원으로서 다져온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경쟁사가 없던 시절 디엔에프가 누리던 독보적 지위를 되찾는 데 힘쓰고 있다. 

  김명운, 고난도 반도체공정에 디엔에프 기술력으로 대응  
▲ 김명운 디엔에프(DNF) 대표.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2일 “반도체공정의 기술적 난도가 증가하자 디엔에프의 기술대응력이 주목받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증설하는 평택공장의 반도체라인에 헥사클로로디실란(저온에서 사용되는 고순도 전구체)를 초기에 단독공급하면서 올해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엔에프는 올해 매출 780억 원, 영업이익 15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34.4%, 영업이익은 25% 늘어나는 것이다.

디엔에프는 반도체용 소재 ‘전구체(프리커서)’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구체는 특정 화합물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최종단계 이전의 소재인데 현재 국산화 초입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디엔에프는 2005년 알루미늄 CVD전구체(반도체용 배선 소재)의 국산화를 시작으로 2010년대 초에 전구체 국산화를 주도하면서 주요 고객사들에게 독보적 지위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솔브레인 등 경쟁사들이 등장하면서 실적성장이 주춤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반도체공정의 미세화에 따라 장비의 성능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들이 생겨났는데 디엔에프는 상대적으로 높은 소재기술력을 보유해 또 다시 주목을 받게 됐다.

디엔에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전율이 높은 화학물질인 고유전체 전구체(하이케이)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경쟁사들과 달리 전구체를 설계하고 합성하며 정제하는 기술을 일원화해 일괄 생산시스템을 만들어냈다. 

디엔에프 관계자는 “디엔에프는 사업초기에 삼성전자 등 고객사로부터 새 전구체 개발을 요청받고 공동개발을 통해 시장수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고객사보다 한발 앞서 새 기술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새 소재 설계와 관련해 직원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눈다. 그는 “제품을 개발한 뒤 산업현장에 적용할 때면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김명운, 고난도 반도체공정에 디엔에프 기술력으로 대응  
▲ 디엔에프(DNF)가 생산하는 화학물질들.
김 대표는 최근 소재개발의 범위를 반도체에서 디스플레이분야로 넓혀가고 있다.

눈부심방지용 코팅소재는 개발이 끝났고 앞으로 플렉서블 올레드 디스플레이용 봉지소재(외부와 접촉 막는 소재) 등을 개발하면서 종합화학소재기업으로 변모할 계획을 세워뒀다.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과학자를 꿈꿔온 화학물질 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초등학교시절부터 오직 과학자가 되겠다는 믿음이 있었다”며 “그 믿음이 이 자리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화학박사과정을 마쳤다. 한화석유화학 중앙연구소 팀장으로 일하다가 2001년 카이스트 내부 실험실을 빌려 디엔에프를 설립했다.
 
화학소재의 기술변화를 주도하면서 새 미래를 연다는 의미를 담아 회사이름을 디엔에프(Dream New Future)라고 지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