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바이든 정부 시절에 도입된 '메탄 슈퍼배출원 프로그램' 폐지 등 메탄 누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환경보호청 현판.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메탄 누출 규제의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성명을 통해 미국 내 석유 및 가스 시추 작업에서 발생하는 메탄 누출을 줄이기 위한 연방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며칠 안에 새 규정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 제안은 미국 석유와 가스 생산자 및 운영자들이 우리에게 제기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보호청이 발표한 규제 완화 예고안에는 전임 조 바이든 정부 시절에 도입된 '메탄 슈퍼배출원 프로그램' 폐지가 포함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위성, 항공기, 이동형 측정장비 등을 활용해 미국 내 대규모 메탄 누출 지역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시간당 100kg이 넘는 메탄을 배출한 곳은 슈퍼배출원으로 등록돼 환경보호청의 통보에 따라 메탄 누출을 줄여야 한다.

통보를 받고도 고의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국 청정대기법에 의거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메탄 슈퍼배출원 프로그램은 당초 2025년 7월에 시행될 것으로 계획돼 있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2027년 1월로 연기했고 이번에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메탄은 20년 단기 기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80배 높은 기체다. 학계에서는 메탄을 감축하면 단기적으로 글로벌 기온상승 속도를 크게 늦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2021년 세계 156개국은 '글로벌 메탄 서약'을 맺고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글로벌 메탄 배출량을 30% 줄이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는 미국도 참여하고 있던 서약으로 메탄 슈퍼배출원 프로그램도 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앞서 6월에 발표한 메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화석연료 부문 메탄 배출량 세계 2위 국가다. 1위는 중국, 3위는 러시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석유와 가스 부문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메탄을 배출하는 산업 분야다. 많은 화석연료 업체들이 시추, 정제, 이송 과정에서 메탄을 누출시키고 있다.

환경보호청은 메탄 슈퍼배출원 프로그램 폐지 외에도 소규모 유정에 한해 메탄 배출 관리 규제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환경보호청은 성명을 통해 "유정에서 발생하는 부수 가스 규제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제어 장치 기준, 누출 시험 조건 등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기술적 변경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환경단체들은 환경보호청이 예고한 메탄 규제 완화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데이비드 도니거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수석 전략가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보호청은 석유 및 가스 업계에서 최악의 행위를 저지르는 기업들에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며 "일부 불량 기업들은 누출 점검이나 장비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이러한 무책임한 기업들이 구제받게 될 것"이라며 "메탄 누출은 기후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사회에 더 많은 스모그와 발암 물질 오염을 초래하는 등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골드스타인 미국 환경보호기금(EDF) 에너지 전환 담당 부사장도 성명을 통해 "메탄을 관리하는 안전장치를 이전으로 되돌리는 조치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메탄 오염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이는 석유와 가스 시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