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이 정부 규제라는 큰 파도를 정면으로 맞고 있다. 콘텐츠 산업이라는 밝은 면보다는 게임중독이라는 어두운 면이 더 부각되면서 게임에 대한 정부 규제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게임업체들은 해외 진출이라는 승부수로 탈출을 하려고 한다.

  게임회사들 규제 피해 해외로 해외로  
▲ 게임중독법을 대표발의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오는 23일 웹보드게임(고스톱이나 포커 같은 게임) 규제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의 시행을 앞두고 게임업체들이 부산하게 대응하고 있다. 변경된 기준에 맞춘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지만, 길게는 웹보드게임 자체를 유지할지 혹은 버릴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개정 시행령 내용은 △1인 베팅한도 1회 3만원 이하 △1일 10만원 게임머니 손실 시 24시간 게임 접속 차단 △게임 상대 랜덤매칭 금지(무료 게임머니 활용 땐 예외) △게임 자동진행 금지 △분기별 1회 공인인증 시행 등이다.

웹보드게임의 매출 비중이 높은 NHN엔터테인먼트나 네오위즈게임즈, CJ E&M 넷마블은 같은 곳은 당장 매출 격감이 예상된다. 이들 기업들은 매출 격감의 대책으로 해외진출이나 모바일게임 이동을 세워놓고 이미 대책 시행을 착수 중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총 매출이 6000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약 30%가 웹보드게임에서 일어난다. 북미에서 소셜 카지노게임을 개발•서비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우진 NHN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북미 소셜 카지노게임은 캐주얼 게임으로 분류되며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글로벌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셜 카지노게임을 앞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경우 지난해 웹보드게임 매출 비중이 20% 수준이다. 네오위즈게임즈의 한 관계자는 “이미 모바일게임으로 기존 웹보드게임을 선보이고 있다”며 “시행령에 따른 매출 추세 등을 지켜본 뒤 추가 대응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CJ E&M 넷마블은 웹보드게임의 매출 비중이 10% 수준인데, 이미 웹보드게임 비중을 줄이고 모바일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게임 규제의 파고는 전방위적이다. 인터넷 게임 중독 관련 법률안을 발의해 놓은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오는 26일 ‘인터넷 게임중독 문제,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손 의원은 지난해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를 확대하고 게임업체로부터 매출 1%를 기금으로 징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인터넷게임 중독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 중독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손 의원은 “게임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미래 성장산업이지만, 그 이면에는 게임중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존재하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고자 이번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게임중독법’ 제정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분류해 관리하자는 법안에 대한 공청회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발의했는데,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경수근 변호사는 “이 법안은 규제가 아닌 중독의 예방관리에 대한 기본법”이라며 “게임개발사를 규제하거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행복추구권을 위반하지 않고 오히려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혜택을 베푸는 법안”이라고 옹했다.

반면 국민대 법대 박종현 교수는 “신체적, 정신적 의존 상태가 개인에 따라 다른 데 구체적인 기준 없이 포괄적인 상태를 중독 개념의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게임은 창의적인 문화콘텐츠 중 하나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법 제정을 서두르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체들은 결국 해외 시장 공략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올해 모든 주요 게임업체들의 화두는 ‘글로벌’이다.

넥슨이 최근 일본법인과 한국법인 대표를 교체하기로 결의한 것도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 내정된 오웬 마호니 일본법인 대표와 박지원 한국법인 대표는 글로벌 사업을 이끌기에 적합한 인물들로 평가된다.

  게임회사들 규제 피해 해외로 해외로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는 주력 게임인 ‘블레이드&소울’ 중국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오픈베타 테스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기대가 크다. 올해 일본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일본 진출을 앞두고 4월 현지 애니메이션 방영이 예정돼 있다.

CJ E&M 넷마블 역시 해외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비중은 12%였으나 올해는 24%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넷마블 측은 “국내 출시하는 게임은 거의 다 해외 진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은 게임업체들에게 오히려 성장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에 진출해 기업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예 회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임규제가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끌어온 넥슨은 이미 지난 2011년 일본 법인이 본사 지위를 승계받았다.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도입되던 시점에서 내린 조처였다. 정부 규제에 대응해 해외로 본사를 옮긴 대표적인 경우다. 다른 게임업체들도 해외 이전 또는 내수시장 포기설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외국에서는 오히려 기술력을 갖춘 국내 게임사를 유치하려고 경쟁이 치열하다. 독일 같은 경우 매년 한국 게임회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지스타2013에서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연방주는 한국 업체가 NRW에서 게임 개발을 하면 최대 10만유로(약 1억4,3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지스타2013을 방문한 해외 바이어는 전년보다 66.3% 증가한 1,397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