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롯데렌탈 역주행? 주주들 "롯데-어피니티 간 패키지딜 의심"](https://www.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7/20250718090546_92739.jpg)
▲ 롯데렌탈이 사모펀드 어피니티와 '패키지딜' 의혹에 휘말리면서 일반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리츠금융그룹에서 대주주의 1주와 일반주주 1주의 가치는 동일합니다.'
자본시장의 현실은 이와 같지 않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에는 두 개의 주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일반주주들이 시장에서 거래할 때 적용되는 주가다. 또 하나는 대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할 때 적용되는 프리미엄 주가다.
미국 같은 선진자본시장에서 기업 경영권 거래가 있을 때 모든 주주들은 같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B기업을 매수하기 위해 주당 100달러를 B기업 이사회에 제시하였다'는 식의 해외 보도를 우리는 많이 접한다. B 기업 이사회가 이같은 제안을 수용한다면 주주총회를 열 것이고, 통과되면 모든 주주들은 같은 가격으로 주식을 넘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주주 지분만 대개 50%~100% 수준의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한다.
예컨대 현재 주가 5만원인 회사의 대주주가 주당 10만원에 경영권 지분을 매각해도 일반주주들은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와 반대되는 최근의 일부 사례가 있기는 하다.
사모펀드운용사 VIG파트너스가 피부미용 의료기기업체 비올을 인수하기위해 대주주 지분을 매수하면서, 같은 가격으로 일반주주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한 것이다.
상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등 일반주주 권리보호를 위한 법 제도가 정비되고 있는 최근 자본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에 완전히 역행하는듯한 사건이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롯데렌탈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회사와 사모펀드, 일반주주간 갈등이다.
롯데렌탈 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하 롯데측)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에게 지분 56.2%를 매각하기로 지난 3월 계약했다.
어피니티는 현재 SK렌터카를 보유중이다. 따라서 롯데렌탈을 인수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롯데렌탈은 공정위 승인이 나면 어피니티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VIP자산운용을 포함한 일반 소액주주들은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유상증자라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반주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롯데측과 어피니티가 이른바 '패키지딜'을 하여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롯데측이 어피니티에 매각하는 롯데렌탈 주당 가격은 7만7115원이다. 이에 비해 롯데렌탈이 어피니티에 발행하기로 한 신주 가격은 시세에 맞춘 주당 2만9180원이다.
주주들은 "롯데측이 사상최대 수준의 경영권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시세대로 신주를 발행해 줌으로써 어피니티의 평균 매수단가를 낮춰주는 '패키지딜'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지분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이야기다.
롯데측 지분의 시장가치는 대략 6천억 원. 어피니티가 약 2.6배(1조6천억 원)의 가격으로 롯데측 지분을 매수하는 이면에는 총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726만 주 유상증자 약속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롯데렌탈 지분 약 4%를 보유한 VIP자산운용은 이같은 거래를 통해 소액주주는 축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어피니티가 확보하는 지분은 63.5%에 이른다. 롯데가 팔지 않고 남겨둔 지분까지 합하면 67.7%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어피니티가 이른바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단행할 경우 소액주주 축출이 가능하다는 게 VIP측 주장이다.
어피니티는 이같은 방법으로 락앤락 소액주주들을 축출한 적이 있다.
2017년 어피니티는 락앤락 지분 63.6%를 프리미엄 가격으로 산 뒤 소액주주 지분 공개매수로 상장폐지를 시도했다. 상폐요건을 충족시킬만큼의 지분확보에 실패하자 어피니티는 주총에서 현금교부방식 주식교환을 의결하였다. 소액주주들은 강제로 주식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VIP자산운용은 최근 롯데렌탈 이사회에 보낸 주주서한에서 "회사 주식 가치를 주당 7만7천 원에 평가한 어피니티를 상대로 주당 2만9천 원에 신주를 발행하면 롯데렌탈은 최대 3480억 원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는다"며 "소액주주 지분율이 38.8%에서 32.3%로 줄어 어피니티의 특별결의를 저지하지 못하고 현금 청산으로 쫓겨날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렌탈 이사들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거래는 개정 상법상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는 물론 기존 상법에 규정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이사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VIP자산운용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회사가 객관적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있는데 이사가 이를 얻으려는 노력을 포기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롯데렌탈 이사회가 어피니티에게 주당 7만7천 원 또는 최소한 그에 근접하는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어피니티가 같은 가격의 신주 인수를 거절했다면 회사 이익을 위해 어피니티와 치열하게 협상하거나 제3자를 찾았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회사 측 입장은 어떨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롯데렌탈은 회사채 발행이 많은 회사다. 기존 회사채 발행약정을 보면 롯데렌탈에 대주주 변경이 발생할 경우 기한이익을 상실하여 즉시 상환해야 한다는 특약이 있다.
약 4천억 원~7천억 원까지 조기상환요구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싱글A)으로 1년에 발행할 수 있는 회사채 한도가 4천억 원 정도이다.
정상적으로 만기돌아오는 회사채와 조기상환요구 회사채 등을 새로운 회사채 발행만으로 막기는 어렵다. 어피니티에 대한 3자 배정 유증은 시세 대비 할인없는 가격으로 진행하면서 보호예수까지 걸리기 때문에 일반주주들에게 충격이 가장 덜한 방법이다'
M&A 전문가들은 대체로 "어피니티가 평균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해 롯데측과 3자 배정 유증을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반주주 입장에서 보자면 대주주가 높은 프리미엄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거야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3자 배정 유증으로 지분가치 희석이 발생하는 데 대해서는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기한이익상실에 따른 조기상환요구 가능성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과거 어피니티가 SK렌터카를 인수할 당시에도 회사채 조기상환에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4천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되었지만 실제 조기상환 청구액은 약 570억 원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한다. 롯데렌탈의 경우에도 크게 부담될 만한 수준의 상환청구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렌탈은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이 나오는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어 주주들과 지속적인 갈등이 불가피하다.
주주들은 롯데렌탈 이사회가 유상증자안을 재검토하여 철회해주길 바라고 있다. 유상증자가 단행될 경우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이번 사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롯데렌탈 이슈에 시장의 이목이 더욱더 쏠릴 전망이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