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호조를 타고 당분간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시장의 관심사는 ‘불닭 그 후’다. 

매출 120억 원 규모의 계열사가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 사명) 미래 성장의 양대 핵심 축 가운데 하나를 맡고 있다. 바로 콘텐츠와 캐릭터 등의 사업을 맡고 있는 삼양애니다.
 
삼성애니 삼양식품의 성장동력으로 커갈까, 정우종 자체 IP로 잘파세대 공략

▲ 매출 기준 삼양식품의 1%에도 못 미치는 삼양애니가 삼양라운드스퀘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을 맡고 있다. 사진은 정우종 삼양애니 대표이사.


정우종 삼양애니 대표이사는 삼양식품의 캐릭터와 맞춤형 콘텐츠로 전 세계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를 공략하며 삼양라운드스퀘어 지속 성장 기반 마련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양애니는 최근 글로벌사업 확장을 향한 보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삼양애니는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가 2021년 12월 디지털 콘텐츠와 캐릭터, 커머스 플랫폼 등 신사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삼양애니는 최근 K푸드를 선별해 판매하는 온라인 스토어 ‘버파민’을 중국에 출시하고 현지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주 타깃 층은 중국 잘파세대다. 중국 주요 온라인 플랫폼인 티몰, 도우민 등에 샵인샵 방식으로 버파민 스토어를 열고 한국 인기 제품과 자체브랜드(PB) 상품, 중국에 출시하지 않았던 삼양식품 제품 등을 판매한다.

또 삼양애니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활용해 제품 특성을 강조한 숏폼 콘텐츠를 제작하고 현지 잘파세대를 집중 공략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에는 글로벌•이커머스 사업 확대에 발맞춰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돌입했다. 지식재산권(IP) 사업개발, 글로벌 마케팅, 중국 온라인세일즈 등 9개 부문에서 두 자릿수 인원을 모집한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에 따르면 삼양애니 국내 직원 수는 현재 26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채용에서 국내 전체 직원의 절반 가까운 인원을 충원하게 되는 셈이다. 

정우종 대표는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콘텐츠, 캐릭터 IP, 이커머스, 글로벌 마케팅 등 사업영역이 대폭 확장되는 시점에 발맞춰 대규모 경력 채용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2023년 6월 말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식품 헬스케어 BU장 상무가 당시 대표를 맡고 있던 삼양애니 공동대표에 선임됐다. 삼양애니는 애초 전 상무의 아이디어와 기획에서 출발한 회사다. 다만 지난해 4월 전 상무가 삼양애니 대표에서 사임하면서 정 대표가 단독으로 이끌게 됐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2023년 9월 비전선포식을 열고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중심의 ‘이터테인먼트’를 미래 성장의 두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삼양애니는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문화적으로 즐기는 이터테인먼트 실현을 목표로 하는 계열사다. 전 상무가 그룹 신사업 중 푸드케어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 대표가 미래 성장의 나머지 한 축을 맡는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삼성애니 삼양식품의 성장동력으로 커갈까, 정우종 자체 IP로 잘파세대 공략

▲ ‘페포’ 캐릭터 이미지. <삼양애니>

삼양애니는 현재 유튜브 채널 ‘존맛’과 ‘페포’ 등을 운영하고 있다. 페포는 최근 채널 개설 1년 만에 누적 조회수 1억5천만 회, 누적 구독자 수 9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구독자 중 99%가 해외 시청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양애니의 연간 매출은 123억 원으로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삼양식품 연간 매출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2022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 상무가 삼양애니 대표직을 내려놓을 당시 경영수업을 받는 오너 3세로서 회사의 잇단 적자가 부담이 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정 대표 역시 삼양애니의 누적 손실이 부담일 수 있다. 다만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그룹의 미래가 달린 콘텐츠 사업을 당장의 손실보다 장기적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달 밀양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터테인먼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불닭브랜드를 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들겠다. 지금까지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맵게 먹는 콘텐츠가 지난 10년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더욱 유쾌하고 즐거운 콘텐츠를 만들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되겠다”며 “불닭 캐릭터 호치와 다음세대로 탄생한 페포를 단순한 마스코트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세계관으로 확장시키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글로벌 IP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와 P&G 마케팅부문에서 근무했다. 디즈니를 거쳐 2021년 10월부터 샌드박스네트워크 최고사업책임자(CBO)를 지내다 삼양애니 대표에 선임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