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전 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PS가 고리 원전 1호기 해체 결정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해체 사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노후 원전 수명연장 사업도 주목받으면서 두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기술·한전KPS 고리 1호기 해체 결정에 수혜, '원전 해체'와 '수명연장' 새 성장동력으로

▲ 한전 자회사인 한전기술과 한전KPS가 고리 원전 1호기 해체 결정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고리 원전 1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1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2023년 10조 원 규모였던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이 2050년 500조 원 수준으로 50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1기를 해체하는데 평균 8천억 원이 소요되며 해체 기간도 수십 년에 이를 수 있어 원전 해체는 지속적으로 매출을 낼 수 있는 성장성 높은 사업으로 여겨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세계적으로 이미 200기의 원전이 가동을 멈췄으며 현재 운영되는 420여 기의 원전 가운데 절반가량도 2050년경부터는 해체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지금까지 상업용 원전 해체를 완전히 마무리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해 시장 전망이 밝을 뿐 아니라 경쟁자도 적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고리 원전 1호기 해체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6월26일 제216회 회의를 열고 한수원에서 제출한 해체 계획을 승인했다.

고리 1호기는 전기출력 587메가와트(MWe)급 원전으로 1978년 4월29일 상업 운전을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다.

한수원은 2026년까지 사전 작업을 마친 뒤 2027년부터 본격적 해체 작업에 돌입해 2037년에는 부지 복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전기술과 한전KPS가 10년 이상에 걸쳐 진행되는 고리 원전 해체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더구나 고리 원전 1호기 해체뿐 아니라 앞으로 국내 30개 원전 전체를 놓고 해체 사업을 일어날 수 있어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개 원전의 전체 폐로 사업비는 총 2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한전기술은 원전 해체 결정에 따라 원자로 및 관계시설과 관련한 해체 설계 및 부지복원 부문에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한전KPS에 대해서는 “이미 고리1호기의 계통제염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원자로 해체와 방사선 제염 작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면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시장이 커진다는 점 역시 두 회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신규 원전 건설을 대신해 기존 노후 원전의 운영 기간을 연장한 뒤 해체에 들어가는 원전 수명연장(SLR) 사업은 원전 해체 시장 확대에도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조사기관 데이터호라이즌리서치는 SLR 시장이 2023년 152억 달러(약 21조2천억 원) 규모에서 2033년 365억 달러(약 50조8200억 원)까지 성장하며 연평균 성장률 9.3%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설계수명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된 상업용 원자로 94기를 가동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이 가운데 6기에 대해 수명을 60년에서 80년으로 연장하는 면허 갱신을 결정했다.
 
한전기술·한전KPS 고리 1호기 해체 결정에 수혜, '원전 해체'와 '수명연장' 새 성장동력으로

▲ 미국이 노후 원전 6기를 대상으로 60년에서 80년으로의 수명연장(SLR) 면허 갱신을 결정했다. 사진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보그틀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이에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4~2026년 미국 원자력 발전량이 신규 건설 없이도 연평균 약 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LR 수요 본격화와 국내 고리 1호기 해체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원전의 수명연장, 운영·정비, 해체와 관련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전기술과 한전KPS는 각자의 장점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전기술은 SLR 및 해체 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영향평가·안전성 분석·인허가 준비 등에서 강점이 있어 글로벌 설계 및 컨설팅 수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전KPS는 MRO(유지·정비·보수)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방사성 폐기물 관리 업무협약(MOU)이나 원전 해체 클러스터 등에 참여해 매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원전 해체 사업이 이제 막 승인된 만큼 아직 해외 진출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관련 기술 확보에 집중해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전KPS 관계자는 “한전KPS는 원전 해체와 원전 수명연장 사업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며 “두 사업의 시장 확대는 회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