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발전 재개에 '후쿠시마 공포' 여전, 소형모듈원전 잠재력 부각

▲ 일본 정부가 원자력 발전 활성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었던 후쿠시마 원전의 최근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가 원자력 에너지 발전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의 불안감이 크고 반대 여론도 상당한 만큼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일본은 가동을 중단한 원자력 발전소를 다시 가동한 뒤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한 기틀을 닦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가동을 대부분 중단했다. 그러나 현재는 모두 54개의 원전 가운데 14개가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이후 기존의 원전 부지에 신규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등 정책적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월에는 원자력 발전 최소화를 앞세웠던 기존의 원전 최소화 정책을 사실상 폐지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포함한 탈탄소 전력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도 발표됐다.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는 대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모두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아 이러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일본은 전 세계 2위 천연가스 수입 국가인 만큼 상당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점도 원자력 발전 재개 정책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원자력 발전 확대를 둘러싼 일본의 사회적 여론은 아직 완전히 긍정적으로 돌아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변호사연합회도 최근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와 위험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원전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탈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직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에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분위기가 소형모듈원전(SMR)과 같은 신기술 분야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새로운 원전 기술과 관련해서는 더욱 큰 불신이 자리잡고 있어 관련 규제 등이 개선되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전의 경우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일본에서 향후 더 경쟁력 있는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히타치에너지의 안드레아스 시렌벡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소형모듈원전은 더 빠르고 저렴한 비용으로 건설할 수 있으며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도 낮다”고 전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의 소형모듈원전 정책 환경은 한국처럼 우호적이지 않다”며 2040년 이전에 일본에 소형모듈원전이 상륙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