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영풍과 싸움 트리거 고려아연 트로이카 드라이브와 배당금 축소, 최윤범은 계산에 넣었을까

▲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력을 놓고 벌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싸움이 2025년 3월28일 있은 정기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쪽이 승리하면서 일단락됐다.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 고문.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고려아연 경영 지배력을 놓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이 벌인 싸움이 2025년 3월28일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승리로 일단락됐다.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분쟁은 단순히 지분을 놓고 벌인 밥그릇 싸움이 아니며, 오랜 기간 쌓여온 여러 원인이 작용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추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대한 의견 차이, 지배구조, 배당 등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리고 감정싸움의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싸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변곡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고려아연이 추진한 ‘트로이카 드라이브’, 고려아연의 ‘배당금 축소 결정’이 그것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통화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의 갈등은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와 ESG경영 추진으로 배당금이 축소될 것을 두려워 한 영풍이 공격을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면서 “여기에 MBK파트너스가 개입하면서 사태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 됐다”고 말했다. 

최윤범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뭘까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2차전지 소재, 자원 순환, 신재생에너지 등 세 가지 신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미래 성장전략이다. 본업인 비철금속 제련업을 넘어서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ESG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윤범 회장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추진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2023년 한화, LG, 현대차 등에 대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러자 영풍 쪽은 이를 최윤범 회장이 투자를 핑계로 우호세력을 확보하고 독립경영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자신들에 대한 도전,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따라 영풍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또 최 회장이 신사업 추진을 이유로 회사를 방만하게 경영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뤄진 투자도 문제삼았다.

대표적인 것이 고려아연이 2022년 58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의 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너무 비싸게 사왔다고 지적했고, 고려아연은 이그니오가 자원순환 밸류체인의 핵심에 있다고 주장했다. 

◆ 고려아연의 배당금 축소 발표와 영풍의 반발

고려아연이 배당금을 축소한 것도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영풍은 2024년 2월 신사업 투자와 재무건전성을 이유로 배당금 축소(2만 원→1만5천 원)와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영풍이 이에 대해 반발하며 배당 확대를 재차 요구했지만 고려아연은 거부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자신들의 부진한 실적을 감추고자 고려아연의 배당금에 의존하고 있다며 영풍을 비판했고, 영풍 쪽은 고려아연이 겉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면서도 배당금을 축소하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배당금에 대한 다툼을 계기로 양쪽은 완전히 갈라섰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동반자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자”라 선언하고 양쪽 협력의 상징이던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의 이사회와 경영권을 장악했다. 서린상사는 영풍그룹의 비철금속을 유통해 오던 회사로, 고려아연 쪽이 최대주주(66.7%)였지만 회사 경영은 지분율 33.3%인 영풍 쪽이 맡아 왔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주도권을 지키고자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나섰다. MBK 쪽은 고려아연 인수전에 뛰어든 것에 대해 “지배구조와 지주가치 개선”을 이유로 들었지만 고려아연 쪽은 MBK의 개입을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와 관련 최윤범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4배(2024년 12월 기준)에 그치는 영풍이야말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곳”이라고 일축했다. 
 
[씨저널] 영풍과 싸움 트리거 고려아연 트로이카 드라이브와 배당금 축소, 최윤범은 계산에 넣었을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4년 11월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여론이 고려아연 쪽에 호의적인 이유

양쪽의 싸움에서 여론은 고려아연 쪽에 호의적이었다.
 
우선 최윤범 회장은 고려아연의 사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규정하고 MBK파트너스 등 금융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는데, 이 논리가 정치권과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한 뒤 추후 회사를 매각함으로써 중국 등 해외에 기술과 핵심 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또한 2025년 초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MBK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를 계기로 MBK가 과거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국민 비난이 커지고 여론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낙동강 카드뮴 유출 사건 등으로 공해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는 영풍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론 형성에 한몫을 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