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5월22일은 ‘비트코인 피자데이’라 불리는 가상자산업계의 기념일이다.

미국 플라리다에 거주하던 프로그래머 라슬로 하니예츠는 2010년 5월18일 온라인 게시판 비트코인포럼에 ‘라지 사이즈 피자 2판을 배달해주는 사람에게 비트코인 1만 개를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시총 3천조'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 가속화, 한국에서도 현물 ETF 나올까

▲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초로 11만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22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전광판 비트코인 시세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4일 뒤 5월22일 당시 19살의 학생 제레미 스터디반트가 이 제안에 응답해 하니예츠의 집으로 파파존스 피자 2판을 배달시켰다. 약 41달러를 지급하고 비트코인 1만 개를 받았다. 

‘가상’화폐가 처음으로 실물 거래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에서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 뉴햄프셔주 등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기업 등 법인의 비트코인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가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한국도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상자산 규제 완화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둘 다 디지털자산 생태계 활성화를 금융분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 거래 수수료 인하, 통합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0대 공약에 가상자산시장 제도화를 위한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등 내용을 담았다. 이밖에도 기업·기관의 가상자산 거래 제도화,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도입, 1거래소 1은행 체제 폐기 등을 내걸었다.

이 가운데 특히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은 개인투자자를 포함 시장의 관심이 높다. 
 
단순히 개인투자자들의 수요 등을 떠나 비트코인이 확실한 제도권 금융상품으로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금융 인프라인 정규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에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기관투자자 유입, 시장 유동성과 신뢰도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시총 3천조' 비트코인 제도권 진입 가속화, 한국에서도 현물 ETF 나올까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오른쪽부터)·이준석 개혁신당·권영국 민주노동당·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시작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앞서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한 국가들을 보면 시장 활성화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상자산 통계 사이트 파사이드인베스터스에 따르면 5월 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 종목에는 36억3천만 달러(약 5조 원)이 순유입되면서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에 한 몫을 했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대형 자산운용사 중심의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 시세를 추종하는 ETF다. 

2020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가격 흐름을 따르는 ETF가 승인된 뒤 캐나다, 브라질, 호주, 말레이시아, 홍콩, 영국 등이 가상화폐 현물 ETF를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 2024년 1월에는 세계 최대 금융시장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비트코인은 주식, 채권 등 전통 투자시장과 달러 가치하락 등 통화 리스크에 대응할 위험 헤지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기’ ‘투기자산’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과 같은 대체자산으로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에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와 경쟁력을 위해서도 가상자산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다만 이번 공약이 현실화될지를 두고는 여전히 의구심 어린 시선이 많다. 

한국도 가상자산 투자자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그동안 선거철마다 정치권의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등 가상자산 관련 공약도 되풀이됐지만 규제의 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을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등 법과 제도 개정이 필요한 만큼 선결과제가 만만찮다. 금융당국도 시장 안정성과 건전성 등 측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등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11만 달러, 원화로 1억5천만 원을 넘어섰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가모토의 9쪽 짜리 논문 ‘비트코인: P2P 전자현금시스템’으로 세상에 소개된 가상화폐는 17년 만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산으로 등극했다.

22일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3천조 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에 이어 세계 시총 5위다. 지난해 말 구글을 제치고 세계 시총 7위에 올랐고 이날은 아마존도 추월했다.

한국은행의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한국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1825만 명, 가상자산거래소 5개사의 시가평가로 환산한 가상자산 보유금액은 104조1천억 원에 이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