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비롯해 주요 대선 주자들이 공통적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을 활성화를 주요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주택시장에서 대어급 도시정비 사업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면서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수주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공약에서 도시정비사업 존재감 커져, 건설업계 한강변 수주 놓고 전운 짙어져

▲ 18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대선이 과거 대선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점으로 부동산 공약에서 차별화 실종이 꼽힌다.

부동산 문제는 과거 어느 정부에서나 핵심 정책일 정도로 사회적 중요도가 높은 만큼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공약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책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나 구체적이고 과감한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 계획도시 재건축과 4기 신도시 개발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3·3·3 청년주택 등을 공약했다. 부동산 공급을 늘린다는 같은 방향에서 구체적 방식만 다소 다른 정도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는 부동산 관련 세제의 개혁을 강도 높게 주장했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부동산 세제 개편을 최소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8일 경제 유튜버들과 대담에서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에 굳이 막 세금을 때려서 억누르지 말자”고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 공약에 후보들 사이 큰 차이가 없어진 만큼 부동산 시장에 대선이 미칠 영향은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21일 YTN라이오 ‘조태현의 생생경제’에 출현해 유권자들 꼭 봐야 할 공약을 묻는 질문에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고 특별히 중요한 내용도 없다”며 “누가 규제를 안 한다고 해도 집값이 올라가면 규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변화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정책적 측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핵심 지역의 대형 정비사업을 향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주요 대선 주자들이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오랜 기간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로서는 정책 변화와 대규모 택지 개발 등을 통한 건설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서울 핵심 지역의 도시정비 수주에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도시정비 시장에서 대어급 사업장이 여럿 나오면서 시장 규모도 평년보다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 규모는 14조7122억 원이다. 4개월만에 지난해 연간 도시정비 수주 규모인 27조8702억 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대선공약에서 도시정비사업 존재감 커져, 건설업계 한강변 수주 놓고 전운 짙어져

▲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의 원형주동 조감도. <삼성물산>


대선에 따라 미뤄진 압구정, 용산 등 한강변의 핵심 사업지에서 시공사 선정 절차들도 하반기에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을 놓고는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은 사업비가 9560억 원 규모이며 시공사 선정은 6월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중에 입찰공고가 나올 압구정2구역 재건축사업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사업장으로 꼽힌다. 사업비 규모만 2조4천억 원에 이를 정도인 데다 시공능력평가 1, 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올해 1월에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권을 놓고 11년만에 맞대결을 벌인 바 있다. 압구정2구역에서 두 회사가 다시 경쟁을 벌인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두 건설사가 한 해에 두 번이나 맞붙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압구정, 용산 외에 성수전략정비구역, 여의도 등에서도 하반기 중에 도시정비 사업의 윤곽이 잡혀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업성을 살펴보고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