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현상에 세계 농업 피해 연 283억 유로, 한국 적기대응 '발등에 불'

▲ 트렉터 한 대가 물이 가득찬 논을 갈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빨라지면서 폭염, 가뭄, 호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져 세계 농가들이 입는 피해가 커지고 있다.

한국도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작물 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유럽 보험중개사 '하우덴'이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해 기후변화로 유럽 농가가 입는 피해가 매년 약 283억 유로(약 44조5453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럽집행위원회와 유럽투자은행 등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다.

크리스토프 한센 유럽집행위원회 농업위원은 로이터를 통해 "우리는 이와 같은 피해를 메우기 위해 뭐라도 해야 된다"며 "유럽의 농업 보조금 제도가 기후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농가에 주로 피해를 입히는 이상기후 현상은 가뭄과 폭우 등으로 파악됐다.

하우덴은 현재 기후대응 수준을 고려하면 2050년 기준 유럽 농가가 입는 피해 규모는 2020년 대비 약 6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식량 생산국인 미국도 농가가 입는 기후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올해 3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 국내에서 가뭄이 잦아지고 있으며 농업에 필요한 수자원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숫치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농업 생산 능력을 보전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환경보호청은 자체 웹피이지 게시글을 통해 스마트농법 확대 적용, 기후적응 작물 개발, 토양 회복 농법 등을 권고했다.

한국 농가들도 유럽과 같이 가뭄과 호우 등에 입는 피해가 크게 확산되고 있어 관련 대응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를 보면 2023년 기준 국내 농업 분야의 기후피해 복구비용은 약 52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056억 원과 2021년 2346억 원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2023년 기준 농작물 피해 면적도 14만1810헥타르로 2022년 5만7177헥타르와 비교하면 거의 3배 가까이 커졌다. 이에 따른 피해 농가도 22만9875호로 2022년 6만4581호와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상기후 현상에 세계 농업 피해 연 283억 유로, 한국 적기대응 '발등에 불'

▲ 18일(현지시각) 벨기에의 한 강물이 가뭄에 강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달 벨기에는 10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에는 5월부터 시작된 호우, 강풍, 우박이 11월까지 반복되는 가운데 태풍까지 겹치면서 광범위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며 "12월에는 대설과 한파 피해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이상기후 피해 외에도 기후변화로 병충해가 발생하는 시기도 늘면서 농작물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기준 사과 탄저병 발병률은 약 0.48%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10년 평균 발병률 0.25%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기후변화로 병해충 피해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나 현 농작물재해보험으로는 복숭아 세균구멍병만 보장되고 있어 병해충 보장 품목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맞춘 새로운 소득과수와 내재해성, 내병성이 강한 품종의 개발 및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정부는 병충해와 이상기후 피해가 집중되는 여름을 앞두고 기후피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앞서 14일 행정안전부는 농축산 분야 피해 방지를 위해 예방시설 설치 지원을 강화하고 농축가의 자발적 피해 방지 노력 수준에 따라 보험료 할인 혜택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사과와 배 등 주요 과수 작물에 적용되는 보험료 할인 혜택을 기존 20%에서 25%로 확대하고 과수원 햇빛 차단망 설치 등에 60억 원을 지원한다.

또 15일부터는 풍수해·폭염 대책기간에 돌입하고 이상기후 대응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한경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관계기간에서는 대책기간 동안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빈틈없이 대책을 이행할 것"이라며 "정부는 기후변화로 극한 호우와 폭염이 잦아지는 기상 여건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