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여름철 곤충 활동도 바꾼다, "모기는 늘고, 꿀벌은 줄고"

▲ 꿀벌들이 벌통 사이로 흘러나온 꿀에 몰려들어 있다. <세계자연기금>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온에 민감한 곤충들의 활동이 개별 종에 따라 증가하거나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각) 타임은 국제 전문가들 발언을 인용해 여름철 곤충들의 생태가 기후변화 영향에 크게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여름철 해충인 모기는 기후변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1년 동안 활동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서식지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나히 에스핀돌라 미국 메릴랜드대 곤충학 부교수는 타임 인터뷰에서 "모기들은 최근에 활동범위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곳에서도 개체수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모기가 퍼뜨리는 웨스트나일열 같은 질병의 발병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 기후연구단체 클라이밋센트럴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국내 연간 모기 활동일수는 1979년과 비교해 최대 48일까지 늘었다.

모기에 더해 주요 전염병을 퍼뜨리는 진드기의 활동 범위도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농작물의 수분을 돕는 익충인 꿀벌과 나비 등은 기온 상승으로 천적이 늘면서 개체수와 활동범위가 모두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스핀돌라 교수는 "현재 세계는 기온상승에 더해 가뭄이 심화되는 상황을 겪고 있고 이는 특정 지역에서 특정 종의 생존을 저해하고 이들이 다른 생물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 예로 수분매개자 역할을 하는 곤충들은 식물들의 생육주기가 바뀌면서 이들과 불일치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오 갈리오 미국 노스웨스턴대 신경생물학 교수도 타임을 통해 "이같은 곤충들은 수분 매개자이면서 육상 동물의 먹이사슬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며 "생태계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 식량 생산에도 큰 역할을 하는데 이들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꽃식물종의 약 80% 이상이 수분활동을 꿀벌과 나비 등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주요 작물들 가운데 약 35%도 수분매개자 역할을 하는 곤충들에 번식을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리오 교수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계에서는 곤충이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며 "먹이 사슬의 단 한 단계만이라도 부족해지면 전체 생태계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연을 아끼는 사람들에게도 두려운 일이지만 먹을 것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일"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걱정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