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산업 정책에 미국 씽크탱크 경고장, "경쟁력 낮은 중소기업 지원 이제 멈춰야"

▲ 한국이 첨단 제조업 기반 수출 중심 경제에 더 이상 의존하기 어려운 만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씽크탱크 ITIF의 분석이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촉발한 세계 보호무역 확산 추세로 한국이 더 이상 수출 중심 경제에 의존하기 어려워졌다는 미국 씽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를 재편하는 등 경쟁력 낮은 중소기업의 생존을 돕는 정책에서 벗어나 생산성을 중심에 둔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권고도 이어졌다.

미국 씽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현지시각으로 18일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와 중국의 대립 시대에 한국의 정책은 수출 중심 성장에 집중돼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ITIF는 세계 최고 과학기술정책 전문기관으로 평가받는 권위 있는 씽크탱크다.

이번 보고서에서 ITIF는 한국 경제가 보호무역 확산 및 세계 무역질서 재편에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수출에 경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ITIF는 “한국은 그동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 기술의 ‘패스트팔로워’이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로 세계 공급망의 중심에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세계 무역환경 전반을 크게 바꿔냈고 중국도 한국의 제조업 경쟁 국가로 급부상하며 한국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국이 아무리 앞선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수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을 지속하기에는 이제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ITIF는 한국이 여전히 대규모 제조업 중심의 성장 구조를 갖춰냈고 이외 부문에서는 매우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큰 약점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제조업 전반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과 재벌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중소기업과 유업, 서비스업 성장은 부진해 양극화가 깊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 수의 99.9%, 고용시장의 약 81%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제조업 분야 대기업의 절반 미만에 그치고 있다는 문제점도 부각됐다.

한국에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결국 교육 수준이 높은 다수의 노동자가 자영업으로 내몰리거나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한국의 출산율 하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ITIF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볼 수 있는 이런 격차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정책적 측면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산업 정책에 미국 씽크탱크 경고장, "경쟁력 낮은 중소기업 지원 이제 멈춰야"

▲ 부산 무역항에 쌓인 수출입 컨테이너 참고용 사진.

한국의 산업 정책이 중소기업 생존을 돕는 쪽에 집중되면서 경제 안정을 이끄는 효과를 낳았지만 결국 생산성 및 성장성이 부족한 기업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의 연구개발 예산을 비롯한 기술 혁신 정책이 수출 중심 기업에만 70% 이상 집중되어 왔다는 것도 정책적 측면의 약점으로 지목됐다.

농업과 유통업, 물류와 헬스케어, 서비스업 등의 기술 발전을 위한 지원보다 제조업 중심 기업을 위한 지원이 계속되며 불균형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 경제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교육 수준과 일자리의 불균형이 더욱 깊어지고 은퇴 시기가 앞당겨지는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 대기업이 고용에 인색한 점도 대학교를 갓 졸업한 인재나 기존 직장에서 퇴직한 노동자가 새로 정착할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배경으로 꼽혔다.

결국 ITIF는 한국 경제가 미래 성장성을 보장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여 대기업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소기업의 생존을 돕는 정책이 아니라 경쟁력이 낮은 기업은 자연히 시장에서 퇴출되고 건강한 기업만 남을 수 있도록 시장 논리에 흐름을 맡겨야 한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ITIF는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이 결국 성장과 생산성 향상, 기술 혁신을 자극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바꿔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와 동시에 중견기업 및 대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더 구체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의 보호를 우선시하는 원칙에서 벗어나고 중소벤처기업부를 ‘기업성장부’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세제 혜택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대신 중소기업이 생존보다 생산성 향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더욱 치열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이어졌다.

ITIF는 “한국은 이제 성장보다 보호에 중점을 둔 오래된 성장 모델을 버리고 혁신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새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는 필수적 변화일 뿐만 아니라 고령화와 기술 혁신, 지정학적 리스크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방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