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해킹' SK텔레콤 `바닥' 어디까지? 이번엔 가입자 `파렴치한' 몰아 논란

▲ 최태원 SK 회장이 7일 언론 앞에서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의 `유심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2차 피해 발생 가능성에 불안감을 느낀 가입자들의 이탈 행렬이 이어지고, 덩달아 이들에게는 약정기간을 채우지 않았어도 위약금을 물리면 안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이 국회의원들에게 위약금 면제 불가 이유를 설명하면서 가입자들을 파렴치한으로 몰아 논란이 일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에 이어 최태원 SK 회장까지 나서서 사과하는 등 고개를 숙이는 겉모습과 달리, 실제로는 여전히 가입자들을 `호구'로 보고 있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통신서비스 업계와 국회의원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SK텔레콤 대회협력 담당자들은 `위약금 면제 해지 관련 의견' 문서를 소관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실에 전하며 참작해줄 것을 읍소하고 있다. 번호이동 이탈자에 대한 중도 해지 위약금을 면제할 수 없다고 전제하며 그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가입자(고객)를 `체면이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사람'(국어사전의 `파렴치한' 풀이) 취급하고 있는 대목이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위약금을 일괄적으로 면제할 경우, 서비스 이용에 아무 문제가 없는 고객도 `우선 바꾸고 보자' 는 여론에 휩쓸려 번호이동 엑소더스에 편승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객이 위약금을 면제받고 해지한 이후 단말기를 중고로 되팔 경우 수십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고 했다. 아이폰과 같은 고가 단말기의 경우 중고로 40만~80만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예시까지 덧붙였다.

"객관적 판단 없이 위약금을 면제할 경우, 향후 일방의 주장 만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폈다.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 불가 이유로 "번호이동 고객 중 위약금이 `있는 고객'과 `없는 고객'의 차별이 불가피하고, 위약금이 없는 고객은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보에 취약한 어르신과 정애인 등이 소외될 우려도 있다"고도 했다. 이 업체는 이어 "SK텔레콤에 남아있는 고객이 번호이동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약금에 해당하는 별도 보상 요구를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이 고객을 어찌 생각하고 있는지 속내를 드러내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르신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어르신과 장애인 등은 `정보에 취약해' 선택약정할인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심 해킹' SK텔레콤 `바닥' 어디까지? 이번엔 가입자 `파렴치한' 몰아 논란

▲ `위약금 면제 해지 관련 의견' 문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유심 해킹' SK텔레콤 `바닥' 어디까지? 이번엔 가입자 `파렴치한' 몰아 논란

▲ `위약금 면제 해지 관련 의견' 문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한 통신사 관계자는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25년 이상 SK텔레콤 이동통신을 써왔다는 류아무개(63)씨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1등 사업자니 뭔가 좀 다르겠거니 하고 요금이 비싸도 계속 써왔는데, 이번에 보니 위기 대처 능력은 완전 바닥이고,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은 바닥 이하라는 걸 알게 됐다"며 "더이상 호구 취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번호이동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 `judc****'는 댓글을 통해 "투자 없이 이 지경 만들고 내 피같은 돈 떼어가더니 약관도 안지키고 죽는 소리 하지말아라. 지금 서민들 유심도 못바꾸고 얼마나 두려운지 니들이 아냐?? 어디서 죽는 소리야"고 분통을 터트렸다. 누리꾼 `miff****'는 "미국이었으면 이미 공중분해되었을건데"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SK텔레콤은 이 문건에서 "현재 기한 없는 신규 모집 중단이라는 자발적 조치를 한 상황에서 위약금 면제까지 시행할 경우 회사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도 밝혔다. "위약금이 높은 고객 중심으로 번호이동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위약금 면제 시 수백만 회선 해지로 수조원의 손실이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을 앞세우는 주장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또 "자칫 국가 기간통신망 사업자로써의 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 핵심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간통신사업자로써 국민의 안정적인 통신 이용, 국가 안보, ICT 기술 발전 등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앞세우는 모습이다.

그리고는 이사회 뒤로 숨었다. "일상 경영활동이 아닌 중요한 재산의 처분 등은 이사회 결의 대상(상법 제 393조)이므로, 중대한 재정적 영향을 미치는 위약금 면제 여부는 이사회 결의 사항"이라고 밝혔다. "합리적 근거 없이 위약금을 면제한다면, 예상되는 회사의 손해 등으로 주주 대표소송이 진행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 대해서도 뻔뻔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국민 호주머니에 기대 해마다 수조원대 이익을 내면서도 설비투자와 정보보호 투자는 소홀히 하며 임직원 성과급 잔치와 주주 배당 잔치는 화려하게 벌이다가 해킹을 당해 전체 국민의 절반에 해당하는 가입자들을 불안에 떨게 해놓고, 기간통신망 사업자로써의 책무 운운하며 위약금 면제를 거부해 불안해서 떠나려는 가입자들의 발목을 계속 붙잡겠다고 하니, 후안무치하기 그지 없다"고 꼬집었다.

이사회를 앞세우고 뒤에 숨는 것을 두고도 비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물론 최태원 SK 회장도 번호이동 중도 해지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사회 결정사항이라고 확답을 피해왔다. 최 회장은 지난 7일 언론 앞에서도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서 개입할 수도 진행 상황도 알지 못한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최 회장은 SK텔레콤 이사회 멤버는 아니지만 `SK텔레콤 회장' 직을 맡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K텔레콤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업체 이사들은 경영진의 결정에 100% 찬성 표를 던졌다. 

국회 과방위는 오늘 오후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를 다시 불러, 번호이동 중도 해지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요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주 유 대표가 끝까지 확답을 하지 않자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다른 일정을 핑계로 출석하지 않는다. 김재섭 선임기자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