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환율전쟁' 발발 가능성 놓고 회의론 부각, 달러 패권에 도전 어려워

▲ 중국 정부가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응해 위안화 평가 절하를 이끄는 환율 전쟁을 본격화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이는 중국에 큰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 및 중국 달러화 지폐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이 각각 자국의 통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경쟁하는 ‘환율 전쟁’ 국면이 본격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이 자본 유출과 경제적 고립을 우려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이는 미국 달러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씽크탱크 로위인스티튜트는 29일 “중국은 자국 통화의 통제권에 집착하고 있다”며 “이는 달러화가 지배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로위인스티튜트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정책을 발표한 뒤 이를 중단한 이유는 미국 국채 매도세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국채마저 투자자들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경제 상황 악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보복 차원으로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며 압박을 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나아가 ‘환율 전쟁’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기술 규제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춰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제조업 활성화 및 전 세계 국가와 무역수지 적자 축소를 주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자연히 달러화 강세는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달러 가치를 낮추는 정책을 앞세우며 수출 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도 이에 맞서 위안화 약세를 이끄는 정책 방향을 뚜렷이 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하며 전 세계 경제 질서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한국에도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해 수출입 기업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경제 및 금융 정책에도 예측가능성을 낮추는 요소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 중국 '환율전쟁' 발발 가능성 놓고 회의론 부각, 달러 패권에 도전 어려워

▲ 중국의 다양한 지폐와 동전 사진.

다만 로위인스티튜트는 중국이 결국 달러 중심의 수출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달러화의 글로벌 영향력에 얽매여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10년부터 위안화를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중국 정부도 자국 화폐에 통제권을 잃을 가능성을 우려해 위안화를 세계 시장에서 달러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통화로 밀어붙이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무리하게 낮추는 방식으로 환율 전쟁을 촉발한다면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압박에 더 취약해지거나 중국 경제가 더욱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이 실제로 전면전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로위인스티튜트는 “중국은 달러가 지배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길을 찾는 데 고전하고 있다”며 “어떠한 선택지도 고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CNBC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단기간에 대폭 낮춘다면 자본 유출과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매우 오랜 시간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중국이 약 10년 전에 위안화 약세 정책을 본격화했을 때도 한 해에만 7천억 달러 가까운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CNBC는 “중국 경제는 이미 미국의 관세 위협으로 주춤한 상황에 놓였다”며 “중국에 더 이상 위안화 가치 하락은 효과적 무기로 쓰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