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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프리미엄 신선식품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쟁력이 더욱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챗GPT로 만든 이미지.
로켓프레시가 빠른 배송과 편리함을 강조했다면 프리미엄 프레시는 최고급 농·축·수산물을 내세워 까다로운 소비자 입맛을 겨냥하고 나섰다.
그동안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의 가장 큰 벽은 ‘품질 신뢰도’였다.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이 날짜를 넘겼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집 앞으로 배달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쿠팡은 빠른 배송과 철저한 품질 관리를 무기로 ‘온라인 신선식품은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 인식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25일 쿠팡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프리미엄 프레시’를 앞세워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핵심 영역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로켓프레시를 통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신선식품은 오프라인이 강세를 보이는 ‘넘사벽’ 분야로 취급되어 제 아무리 쿠팡이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신선식품은 소비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신선도를 확인한 뒤 구매하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에 따르면 대형마트 내 식품군 매출은 2.3% 증가했지만 비식품군 매출은 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신선식품을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대형마트들은 신선식품 중심 매장을 앞다퉈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대구에 신선식품, 간편식, 프리미엄 식재료를 한데 모은 전문 식품 매장 ‘푸드마켓’을 열었다. 같은 해 8월에는 신선식품 비중을 대폭 확대한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도 선보였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각각 ‘메가푸드마켓’과 ‘그랑그로서리’와 같은 식품 특화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식료품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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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이 '프리미엄 프레시'를 통해 고품질의 신선식품을 간편하게 제공한다. <쿠팡>
다만 쿠팡이 고급 신선식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입지를 위협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프리미엄 프레시는 일반 마트의 ‘굿’ 및 ‘베러’ 등급을 넘어선 ‘베스트’ 등급의 최상급 신선식품만을 취급한다.
쿠팡 신선식품 브랜드매니저(BM)와 퀄리티매니저(QM)들이 전국 주요 산지를 직접 방문해 재배 환경과 품질 관리 기준을 철저히 점검한 뒤 5단계 품질 검사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된다.
핵심은 쿠팡의 자체 물류망과 초고속 배송 시스템을 결합해 신선식품 품질 보장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신선식품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는 소비자 인식을 깨고 온라인에서도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의 가장 큰 무기는 전국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와 압도적인 배송 네트워크다. 이를 기반으로 로켓프레시를 통해 수도권과 주요 지역에 당일배송을 제공하며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배송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프레시까지 더해져 오프라인을 선호하던 프리미엄 소비층까지 쿠팡으로 유입된다면 대형마트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최상급 신선식품을 찾는 고객들이 쿠팡의 빠르고 안정적인 배송을 경험하게 되면 전통적인 오프라인 마트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한때 오프라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선식품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의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신선식품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온라인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규모는 2020년 21조 원에서 2025년 36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매출 성장세도 뚜렷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식품 부문 매출은 22% 증가하며 전체 온라인 매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온라인 점유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료품의 온라인 점유율은 2017년 7.1%에서 2023년 18.5%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거래액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신선식품을 오프라인에서만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클릭 한 번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경쟁사들 역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이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앞세워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쿠팡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SSG닷컴은 이마트의 오프라인 신선식품을 ‘쓱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제공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2015년 ‘샛별배송’을 앞세워 프리미엄 신선식품 시장을 개척했고 30~40대 여성 고객층을 중심으로 고급 식재료와 간편식을 강화해왔다. 오아시스마켓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쿠팡은 전국 30개 이상의 풀필먼트센터를 운영하며 ‘로켓프레시’로 신선식품을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쿠팡의 막강한 물류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이 더해지면 프리미엄 신선식품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쿠팡의 두터운 충성 고객층 역시 프리미엄 신선식품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와우 멤버십 회원은 1400만 명이다. 대한민국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쿠팡 유료회원인 셈이다. 지난해 멤버십 구독료를 58% 올렸지만 이용자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쿠팡 서비스의 ‘잠금 효과’가 강력하다는 의미다. 김예원 기자